NK 지식인연대는 전문직 출신 탈북자들로 이뤄진 단체로 북한 및 통일 관련 학술연구 활동과 남북교류 및 대북지원 자문활동을 한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사진)는 1984년부터 함흥컴퓨터기술대학과 함흥공산대학에서 컴퓨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북한의 IT분야를 연구했다. 2003년 탈북한 그는 NK지식인연대 외에도 북한연구소 연구위원도 맡고 있다. 그에게 북한 과학의 연구 동향과 남북 협력 교류의 가능성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북한 과학자들의 생활은 어떤가?

과학자들은 그들의 지식을 국가와 당을 위해 바치겠다는 사상 교육을 받는다. 북한의 대학교육 과정에는 사상을 가르치는 수업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김일성 혁명 역사나 노동당의 역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북한에서 과학자들은 ‘노동 계급적 기술인’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국가에게 고용돼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 이런 과학자들이 정치에 참여하기는 매우 힘들다. 다만 김책공업공대 최기룡 교수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과 김일성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사례가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북한 과학은 무엇을 연구하나?

보통 북한이 일반 과학과 다른 것을 연구한다고 생각하지만 북한도 세계 보편적인 과학을 연구한다. 경기대에서 석사,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체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남북은 동일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었다.
북한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주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안보상의 문제 때문에 북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북한은 프로그램 코드가 공개된 리눅스를 기반으로 자체 운영체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북한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보기술 분야를 적극 활용하려 하지만 노후한 설비로 인해 정밀한 작업까지는 힘들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하드웨어 기반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북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칩이 거의 없어 컴퓨터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의 컴퓨터를 여러 연구자들이 시간을 나눠가며 사용할 정도로 열악하다.
북한에서는 「로동신문」, 중앙방송 등 국영매체를 통해 정보가 일방향적으로 이동해 정보가 칸막이를 친 것처럼 단절된다. 따라서 IT분야를 제외한 타 분야에 대해서는 유추해볼 수 있을 뿐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남북 교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가?

‘내장형 시스템’ 기술은 북한과 남한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내장형 시스템은 냉장고나 자동차 등에 내장돼 일부 기능만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말한다. 북한 IT의 경우 수학 이론이 많이 활용되는 인공지능, 추론 분야는 꾸준히 발전했다. 일례로 북한 바둑 프로그램은 세계 아마추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곤 한다. IT업계의 경우 추론을 활용한 프로그래밍이나 내장형 시스템 기술을 공동 작업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 교류 시 시급히 필요한 점이 있다면?

남북은 과학 교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 남한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것을 원하고, 북한은 발전에 시급히 필요한 설비를 원한다. 정부 차원의 협의가 절실하다. 우선 남북 교류의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북한의 열악한 설비를 지원할지 아니면 서로 발전된 분야를 공동 연구할지 협력 방향을 뚜렷이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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