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지역별 수능성적을 공개했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성적공개를 요구하자 상고하고 나섰던 교과부가 정권이 바뀌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성적공개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랐다. 수능성적 공개가 평준화와 대립각을 세우는 현 정권과의 입 맞추기란 해석에서부터 학력격차에 대한 엄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교육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에 이르기까지 그 평가는 엇갈렸다.

하지만 이번 성적공개를 통해 드러난 것들은 다른 평가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는 사실들이다. 도농 간의 격차, 특목고의 유무에 따른 지역별 격차, 공립과 사립학교의 격차가 바로 그것이었다.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 격차 역시 이미 신문과 방송을 통해 수차례 공개된 바 있다.

더욱이 이번 공개의 큰 문제는 성적 공개는 지역별 순위만 나열할 뿐 학업성취도 격차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담고 있지 못하는 데에 있다. 그렇다 보니 이해집단들은 각기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수능성적은 학교교육 외에도 부모의 경제력, 사교육 등의 외부 변인이 크게 작용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원인 분석 없이 성취도 차이만 제시함으로써 학교와 지역 간 서열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학생들은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교’에 더 몰릴 것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학교에는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성적 발표가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또 평가결과 자체에도 모순이 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수능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1등급이 늘어나면 다른 지역에선 1등급이 줄어든다”고 밝히며 이번 평가결과의 구조적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단답형 문제인 수능만으로 성취도를 평가할 경우 논술과 같은 다른 평가 양식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현 정부의 교육 다양화 정책에도 위배된다.

사회적 파장과 격차의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별 수능성적 공개는 애초부터 잘못됐다. 하지만 현재 성적공개는 엎질러진 물이며 교과부는 지금부터라도 성적공개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성적이 뒤처지는 학교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는 등의 대책 마련은 매우 중요하다. 또 평가결과가 평준화를 없애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돼선 안 될 것이다. 현 정권이 지역별 수능성적의 격차를 자기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대책을 마련한다면 학생, 학부모, 교육전문가를 비롯한 여론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전희진
불어교육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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