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서유기』

 ‘신통력을 가진 원숭이 손오공, 하늘나라에서 난동을 피운 죄로 50년 동안 갇혀 있었는데. 지나가다 그를 구해준 삼장법사, 돼지의 괴물인 저팔계, 하천의 괴물인 사오정과 함께 온갖 요괴를 물리치고 서역에 도착해 부처가 됐더라.’ 

중국 명나라 때 소설인 『서유기』의 줄거리이다. 허구적인 요소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담아 명나라 사람 오승은이 집필한 이 책은 7세기 현장법사가 북인도에서 대승불전을 구하고 돌아온 고난의 이야기에 입각해 씌어졌으며 이야기의 재미뿐 아니라 그 속에 중국의 역사와 종교, 철학 등이 압축된 중국 고전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 달 27일(금)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강사 다섯 명으로 구성된 ‘서울대서유기번역연구회’가 3년 간의 노력 끝에 완역한 『서유기』(솔출판사)가 출간됐다. 이 작업을 처음 제안한 홍상훈씨는 “중국고전소설 연구자로서 중국 4대 소설의 한글 번역본 하나 없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대학원에서 함께 스터디를 하던 최형섭, 신주리, 이소영, 홍주연씨를 설득해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오역의 문제 뿐 아니라 실제로 서유기는 100편(編)에 이르는 장편소설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번역하기는 힘들다”고 번역연구회를 결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 완역본은  70년대 들여 온 일역본을 바탕으로 해 오역을 답습한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한자어가 많아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존의 번역본에 비해 진일보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반면 이번에 서울대서유기번역연구회가 번역한 『서유기』는 중국의 역사와 철학, 문화 등을 포괄적으로 공부한 전문가의 번역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번역본을 두고 5명이 함께 강독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으며, 쉽게 써서 독자층이 넓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중국 소설의 고전, 『서유기』국내 두번째로 완역본 출간 

이번에 출간된 『서유기』를 읽어보면 이전에 나온 서유기와는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매우 쉽고 부드러운 문체로 되어 있고, 소설 중간 중간 나오는 시가(詩歌) 의 원문이 함께 실렸다는 점이다. 최형섭씨는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시의 특성 때문에 원문을 실음으로써 번역하는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놓친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시가(詩歌) 원문 수록해특유의 리듬감 살려  

또 “…했어요”, “…했지요”의 어투를 사용해 이야기꾼이 전달하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살렸으며, 어려운 한자어는 최대한 한글로 풀어썼다. 원문의 미후왕(美喉王)을 ‘멋진 원숭이 왕’으로 변역한 것은 그 예이다. 한글로 풀어쓰기 어려운 철학 용어나 고유명사 등은 각주를 달아 이해를 쉽게 했다. 

번역팀은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첫째”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번역 과정에서 중국어 특유의 리듬감과 원문에서 느낄 수 있는 박진감을 다 살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소영씨는 “어쩔 수 없는 번역의 한계라고 생각하지만 원문이 훨씬 재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번역팀은 “이번 『서유기』가 중국소설연구 분야의 값진 자료가 되길 바란다”며 “『서유기』의 번역에 그치지 않고 중국 소설의 또다른 고전인 『홍루몽』에 도전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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