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소개소 도입, 개선인가 개악인가

간병인 유료 소개소 도입’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서울대 병원과 간병인 노조 간의 쟁점은 ▲의료서비스 개선 여부 ▲간병 업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유료소개소의 부당이득 취득 ▲의료업무에서 간병인 역할의 위상과 비정규직 지위의 문제점 등으로 요약된다.


병원 측은 ‘업체 간의 자율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보장될 것이며, 간병 중 일어난 문제에 대해 병원이 책임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데 반해, 노조 측은 ‘유료소개소로 전환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병원 측은 의료과정의 일부인 간병업무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개선 여부
병원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민영화로 인한 업체 간의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유료소개소로 전환한 것은 어디까지나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유료소개소가 병원이 관리하던 무료소개소와 달리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무료소개소 채용과정에서 요구되던 15가지의 서류는 전환 이후 학력 ·신원 ·재정보증서, 이력서 등이 제외돼 5가지로 줄었다. 또 입사 후 교육은 연 2회 이상에서 1회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관리를 담당하는 간호사도 없어졌다.


지난 해 9월 무료소개소 폐쇄 이후 약 두 달 간 실시된 ‘서울대병원 무료소개소 폐쇄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서는 환자, 보호자 약 3000여 명이 동의 서명을 하는 등 환자 측에서도 무료소개소 쪽에 지지를 보냈다.

서울대병원,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다”
간병인노조, “의료 공공성 해친다”


▲간병업무  중 발생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간병 업무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병원 측은 “삼성병원, 카톨릭 병원 등 이미 다른 병원에서는 간병 업무를 유료소개소가 맡고 있다”며 “간병인 고용과 관리를 담당할 업체가 없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우리가 직접 그들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간병인 측은 서울대병원이 타 병원과는 달리 ‘국립’병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간병인 노조 지부장 정금자씨는 “서울대병원은 매년 수백억원의 국고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간병업무까지 영리업체에 맡겨 병원의 편의만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조 측의 한 관계자는 “무료소개소가 있을 때는 의료사고 발생시 간병인뿐 아니라 병원에도 책임여부를 물을 수 있었으나, 현재는 환자 측에서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는 이상 해당 간병인을 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혀, 유료소개소 전환 시 병원 측의 책임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유료소개업체 부당이득 취득 논란
유료소개소는 가입비 25만원과 월회비 5만원을 받으며 간병인들은 일이 없을 때도 월회비를 내야 한다. 또 병원에 들어와 있는 두 개의 유료소개소 중 하나는 이미 간병인들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등 비리 행위로 노동부에 고발된 사례가 있다. 법대학생회 연대사업국 김선식씨(법학과 ·01)는 는 “회비 이외에도 웃돈을 받는 것은 이미 관행처럼 되어 있어서 간병료가 1~2만원이 오른 것은 실질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법적 관행으로 인한 간병인들의 피해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총무과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비리 문제 등이 적발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료소개소의 관리 과정에 대해 평가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의료제도의 공공성 문제
현재 간병인들은 환자의 대소변 처리에서부터 약물 주입과 같은 의료업무에 이르기까지 부족한 간호인력을 보충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의 최경숙씨는 “정규직 못지않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간병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환자의 간병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의료 제도의 공공성 부족을 지적했다.


간병인 노조는 이상의 근거를 바탕으로 병원 측에 유료소개소의 폐지와 보건의료노조가 직접 운영하는 무료소개소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운영의 공정성과 의료서비스의 질, 간병인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병원 측에서는 “아직 정착 단계인 유료소개소를 폐지할 수도 없고, 부분적인 무료소개소 도입은 이미 유료소개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피해를 유발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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