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데도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나 장면 혹은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을 느끼며, 이를 없애기 위해서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험을 볼 때 내가 제대로 답을 체크했는지 의심스러워 몇 번씩 확인하거나, 성적인 생각이 계속 떠올라 아무리 생각을 떨치려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강박증이라고 한다. 주로 오염과 관련된 증상,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증상, 대칭이나 정리정돈과 관련된 증상, 혹은 공격적이거나 성적인 것과 연관돼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대표적인 강박증의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 정도와 종류가 다를 뿐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강박 증세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모든 물건은 짝수를 이루거나 일렬로 정렬돼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얼마 전 TV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 연예인 노홍철의 경우도 냉장고 안의 음료수는 반드시 짝수로 줄세워 놓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증상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강박증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강박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강박증인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강박 증상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나 직업, 학업 등에서 문제가 야기될 경우 강박증으로 진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 강박증은 인구 100명 당 2~3명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을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강박증의 또 다른 연장선 상에는 충동조절장애가 있다. 도박 중독이나 쇼핑 중독, 인터넷‧게임 중독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그 행동을 하고자 하는 충동이나 욕구가 커지고 행동을 하고 나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충동조절장애의 특징인데 이러한 증상은 강박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도박‧게임 중독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도박 중독의 경우 약 360만명, 인터넷‧게임 중독은 약 200만명 정도가 겪고 있는 문제다.   
강박증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강박증 환자들은 뇌 기능의 이상도 나타내므로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서 치료 효과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강박증은 대부분의 것들을 머리속으로만 해결하려는 특징을 가진 질환이므로 신체 활동을 통해 머리에만 집중돼 있는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전환시켜줘야 한다.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찌보면 강박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적 변화와 경쟁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지는 않을까, 시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내고 초조해하며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무언가에 집착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 인해 늘 긴장한 상태로 지내고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얼마 전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히트를 쳤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수백만명이 볼 정도로 대박을 터트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왜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빠르고 완벽해야 하는 강박적 사회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느림의 미학’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치열함 속에서도 평화롭고 고요한 순간들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최정석 전문의(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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