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 확산
재난대응 갖춰야 할 정부
오히려 국민의 불신 초래
섣부른 판단 경계해야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감염 추정환자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손을 깨끗이 씻고 열이 나는 등 독감 증상이 있다면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을 것을 국민들에게 연일 당부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중에 세계보건기구에서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돼지와의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AI와 광우병에 이어 SI로 돼지마저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덜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단백질 고픈 자취생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AI나 광우병 사태를 거치면서 생긴 학습효과 때문인지 SI라는 이야기를 듣자 정부의 대처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도 언론에서는 불신을 초래하는 정부의 행동을 지적하고 있다. 감염 추정환자의 수와 신상정보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간의 정부를 생각해보면 별로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지적할 만한 것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SI로 부르기로 했다는 정부의 방침일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멕시칸 인플루엔자’로, 복지부는 SI로 정부 부처 간에도 용어를 통일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번 인플루엔자가 돼지에게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SI를 공식 용어로 지정했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황을 오도할 수 있는 결정을 정부에서 내린 것이다.

작년 KISTEP에서 국가 재난 전염 질환 대응체계에 대한 기술 영향 평가가 있었다. 탄저, 말라리아, AI와 같은 전염 질환에 대한 대응체계를 전문가와 시민이 각각 평가했다. 시민평가 결과 시민배심원들이 재난질환 대응체계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강조한 것은 활발한 사전 예방 교육, 가감 없는 정확한 언론 보도, 대책 계획?수립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 등이었다. 이중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 것이 가감 없는 정확한 언론 보도였다. 그 동안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인 원인이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정부의 신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에서 보여준 행동은 여전히 실망스러움을 더해줄 뿐이었다.

광우병 사태가 그렇게 크게 번졌던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원인이었다.그런데 광우병 사태가 일어났을 때나 지금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는 상황은 공통적으로 전문가들도 질병에 대한 사실 확인과 해석이 분분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정부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정부의 행동은 불확실성을 축소하거나 섣부르거나 잘못된 판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번에도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신뢰를 상실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이 불확실하고 객관적인 위험의 척도가 존재하지 않을 때는 위험에 대해 시민들이 어떻게 합의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시민들도 정부나 전문가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기 힘든 상황에서 개개인이 정보를 수집?교류하여 판단해야하기 위해 노력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정말 살기위해서 할 일이 많은 나라이다


도강호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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