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5월의 촛불 이후 1년
정부 정책은 변한 것 없어
국민과 평행선 걷느 모습에
제 2의 촛불 일어날수도

강진규 편집장
2008년 5월 2일, 촛불 든 국민들이 시청 앞 청계광장에 모였다. 4월 29일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방송된 후 국민들은 ‘식생활에 대한 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결국 국민들은 그들의 불안감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촛불을 들었고 ‘범국민 대책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촛불 문화제의 성대한 개막식이었다.

촛불 문화제의 표면에 드러난 것은 ‘광우병’에 대한 공포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반대 움직임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경쟁과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깔려 있었다. 소위 ‘MB 노믹스’라고 불렸던 공기업 통폐합과 민영화 움직임, 대운하 건설 강행 기조 등은 열정적인 청년뿐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과 지팡이를 짚은 70~80대 노인까지 분노하게 했다. 그야말로 전 국민이 한목소리로 MB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다. 차분했지만 뜨거웠던 5월의 촛불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1년간의 MB 정책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정말이지 ‘변한 건 없다’가 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수입되고 있다. 광우병 위협에 대해 정부는 “「PD수첩」의 보도는 허위에 불과하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경쟁력’을 기치로 하는 모든 정책도 착실히 수행 중이다. 교육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일제고사와 수능 성적 공개가 시행되고 있고 교육 민영화는 국립대 법인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많은 우려 속에서 대부분의 정부 부처 통폐합도 완료됐다. 한편 대운하 공약은 ‘녹색성장’의 겉표지를 씌워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꿔 추진되고 있다.

물론 변한 것도 있다. 그나마 평균치를 유지하던 경제지표가 획기적으로 변했다. IMF 이후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사태와 함께 7% 고성장 목표는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공포로 전환됐다. 초유의 대졸 초임삭감 정책이 시행됐고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행정인턴제도 새롭게 도입됐다. 한편 정부는 민주주의를 신장하기 위해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다는 언론인에 대한 체포와 구속수사가 자행됐고 국내의 인권상황이 그리 선진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축소될 예정이다.

서울지역 11개 대학 학보사 편집장들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승수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공통으로 “대학의 수익사업?국립대 법인화?행정인턴제 등의 정부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총리와 교과부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다. 기본 기조를 바꿀 순 없으며 해당 움직임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년 동안 이뤄진 정부와 국민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국민들이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말해도 정부는 “국민들이 뭘 모르고 있다”면서 민심을 무시할 따름이었다. 같은 나라 말로 이야기하지만 도무지 듣지 않으니 결국엔 평행선이다.

지난달 29일 재?보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민주당, 진보계열, 무소속연합이 승리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한나라당이 참패했다’는 것이다. 물론 5개 지역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대안이 탄생했다거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전히 한나라당은 최대 여당이고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정부는 서서히 드러나는 흐름을 보기 바란다.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음을. 1년 전 그날의 함성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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