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불어닥친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외국인 이주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각국에서 이주민들의 취업과 체류를 꺼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즉각적인 귀국을 독려하고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타국으로 와 일을 하는 이주민들은 실업대란과 경제위기 속에서 추방위협과 노동착취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국제엠네스티는 2008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인권단체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단속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이나 관용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폭력을 일삼아 단속과정에서 중상자가 속출했다. 흔히 한 나라의 인권수준을 가늠할 때 그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장애인, 난민, 이주민 등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주요한 근거가 된다고 한다. 과연 한국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한국사회에 내재된 인종주의와 빈국 출신의 노동자에 대한 멸시, 차별 등은 노동현장에서도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이주민들은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불법해고, 성폭행 등을 당해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점차 악화되고 있는 고실업과 금융위기 속에서 이주민들을 배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등록되지 않은 노동은 불법행위인 만큼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감탄고토(甘呑苦吐)’인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개발도상국 출신의 이주민들 중 상당수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업종에서 일하고 있으며 척박한 노동조건에서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다. 한국정부는 등록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토끼몰이 식의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이주민은 필요에 따라 버리거나 쓸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 인권을 지닌 인간이다. 얼마 전 중국인 여성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상의가 벗겨지다시피한 채 연행되고 급기야 주먹으로 구타당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만약 한국인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면 우리의 심정은 어떨까?

1990년 유엔에서 채택된 ‘유엔이주노동자권리협약’는 법적 지위에 관계없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개선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 정부가 ‘유엔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절실하다.


박정준

비교문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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