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켓 발사 후
혼선 빚고 있는 한국 정부
문제 해결 위한 일관적 자세로
보편적 가치 전파해야

이근관 교수
법학부
지난달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성명을 채택해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이사회 결의 제1718호(2006)에 대한 위반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 3개 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확정했다. 북한은 강력히 반발해 “안보리가 즉시 사죄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에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로켓발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른바 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에 정식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 내 의견 조율이 순조롭지 못해 상당한 혼선을 빚고 있다. 새로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등과 화해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에 따뜻한 봄기운이 돌고 있는 데 반해, 한반도에는 냉전의 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벌써 갑년(甲年)을 넘긴 고르디우스 왕의 매듭, 이른바 ‘한국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지기는커녕 지난 20여년 간 그 꼬임의 복잡성과 강도가 높아졌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 대립과 그 이해관계의 착종, 냉전해체의 비동시성으로 인한 북한 체제의 고립, 유아론적(唯我論的) 민족주의에 기초한 북한의 비이성적 대응(특히 외교적 관례의 틀을 난폭하게 허무는 그 원색적 레토릭), 대북 문제에 대한 남한 내의 인식론적 균형의 결여 등으로 인해 이른바 ‘한국 문제’는 점차 미궁에 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 및 동북아시아의 장래에 대한 비관적·체념적인 견해가 우세해지는 듯 보인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인 ‘한국 문제’에 관해 정밀하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일관된 방향감각 하에 인내심을 가지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헤쳐 나갈(muddle through)’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향과 균형 감각인데, 성선론적 낙관론에 기대어 북한에 태양광을 무한정 조사(照射)하는 것도 방책이 되기 어렵고, 짙은 이념의 색안경을 쓰고 북한을 빙탄불상용의 주적(主敵)으로 단죄하는 것 역시 안될 것이다. 절충론의 혐의가 농후한 표현을 쓰자면 ‘원칙에 기초한 포용(principled engagement)’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이 지니고 있는 외교적 고립감은 단지 주관적 느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엄연한 국제정치적 현실이다. 북한과 미국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통해 긴장완화가 선행돼야만 북한체제도 경계감을 늦추고 체제 변화를 시도할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외부적 긴장이 해소되기만 하면 북한 체제가 바로 인권개선과 경제개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거나 자기기만일 것이다. 개인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역시 ‘네 탓(tua culpa)’만 해서는 안 되고 ‘자기비판(mea culpa)’이 있어야만 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반세기 전에 매장된 타임 캡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북한의 강고한 스탈린주의까지 모두 ‘외부의 적’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되 북한 체제가 종국적으로는 인권(고전적 자유권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권리도 포함한)과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감염’될 수 있도록 일관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것이 20여 년 전 통일을 달성한 독일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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