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통합적 학문연구의 주요 연구 분야

지난 7일(목) ‘통합적 학문연구의 주요 연구 분야: 연구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사회과학연구원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동 연구원에서 지난해 9월과 지난달 23일 ‘학문간 경계를 넘어: 통합적 학문 연구의 가능성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두 학술대회에서 통합적 학문에 대한 총론적 논의가 이뤄졌다면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실제로 도출되는 연구성과들이 다뤄졌다. 특히 사회과학과 복잡계 이론, 심리학과 진화론, 생물학과 철학 등 자연과학과 인문, 사회과학 간 통합학문의 성과와 새로운 관점이 소개됐다.

진화론이 심리학을 만나면

진화심리학에 대해 발표한 전중환 교수(경희대 학부대학)는 “각 분과 이론이 맞물려 일관된 설명 체계를 이루는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에는 그동안 인간 행동에 대해 공유하는 일관된 밑그림이 없었다”며 “최근 인간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는 다윈이론을 연결고리로 사회과학의 통합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의 더 큰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친상간 회피와 같은 사회현상이나 문화의 다양성을 자연선택의 논리로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전부터 제기돼 온 생물학 중심의 학문 통합에 대한 비판이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다시 거론됐다. 김성한 교수(경희대 학부대학)는 “진화심리학은 모든 심리학적 현상을 ‘적응’으로 풀어내려 한다”며 “모든 것이 자연선택의 산물이라는 적응주의적 발상은 이미 굴드에 의해 비판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중환 교수는 “진화심리학자들은 모든 것을 자연선택의 산물이라고 생각지 않으며, 음악과 종교 등 인간성을 정의하는 특성이 적응의 산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는 마음이 빚어낸 현상

진화심리학이 심리학에 생물학적 성과가 적용된 경우라면 정치심리학은 반대로 심리학적 성과가 다른 학문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정치심리학의 연구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한 통일평화연구소 이상신 연구원은 “개인 혹은 집단 심리로부터 정치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정신분석학, 사회심리학, 성격심리학, 인지심리학 등이 정치학에 접목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그는 심리학 이론인 ‘전망이론’이 국제정치학에 적용된 사례를 설명했다. 전망이론은 사람들이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위험을 회피하고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추구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케네디 대통령이 기습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피그만 침공과 같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적용된다. 이상신 연구원은 “북한의 핵보유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재 전망이론을 적용한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며 최근 연구동향을 전했다.

복잡계로서의 인간사회

정보과학 분야에서 주로 적용되던 복잡계 이론이 사회과학에 접목되고 있는 현황도 소개됐다. 한준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복잡계의 특성인 ‘역동적 균형’에 대해 “복잡계는 환경의 누적적 변화에 반응하다 자기조직적 임계성이라 불리는 일정한 임계치에 도달하게 되면 급격한 변화를 통해 상태가 격변하는 단속적 균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복잡계에서는 이런 특성으로 인해 체계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비선형적 변화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 그는 “복잡계 과학이 기술 진보나 제도적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계 이론을 적용해 촛불집회를 설명하는 시도도 이뤄졌다. 한준 교수는 “촛불집회는 자기조직된 복잡계적인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초기 촛불집회는 주도적인 집단 없이 개인들이 인터넷 동호회 등지에서 소규모 상호작용을 통해 이룬 결과였다. 그는 촛불집회가 복잡계에서 말하는 창발적 현상, 즉 개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사회적 수준에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 경우라고 분석했다. 한준 교수는 “창발적 성격을 띤 촛불집회의 참여자를 선형적으로 주동자와 군중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학문적 통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학내에서는 이를 촉진하는 많은 학술대회들이 개최돼 왔다. 인문과자연포럼이 주최한 ‘인문과 자연 심포지엄’이 매년 열리고 있고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한 사회과학연구원에서는 작년부터 ‘인문-자연과학과의 대화’라는 집담회를 주최하고 있다. 특정 주제를 선정해 논의를 진행한 일련의 학술대회와 비교해볼 때 이번 학술대회는 통합적 학문의 연구동향에 대해 포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광범위한 주제가 다뤄지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주일씨(사회학과 석사과정, 07)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학제가 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심화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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