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볼란티어」는 남성 장애인과 여대생이 모텔에서 체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얼마나 받고 했어? 돈 안 받았는데요. 다른 애들도 성매매 해놓고 그렇게 얘기해. 성매매 아닌데요. 그럼 저 남자 사랑하니? 아니오. 돈도 안 받고 사랑하지도 않는데 섹스를 했다고? 아저씨는 손가락을 사랑해서 자위하세요?

여주인공 예리는 보통 사람들의 자위행위에 사랑과 같은 거창한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비장애인이 단순히 성욕 해소를 위해 자위행위를 하는 것처럼 혼자서는 성욕을 해소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섹스 자원봉사를 하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수사를 마친 경찰은 비아냥 섞인 독백을 던진다. “해외토픽감이지. 섹스자원봉사라니 나 원 참.”
한국사회에도 「핑크 팰리스」, 「섹스 볼란티어」 같이 ‘장애인의 성’을 거론하는 영화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아직 영향력은 미약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하기에는 충분한 작품들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사회도 결국 어떤 형태로든 장애인의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섹스 서비스 비용 지원, 성생활 보조인 활동 등이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최종 도달점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성 관계가 갖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는 이상, 섹스 서비스는 장애인의 욕구를 근본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없다. 남성 장애인에 국한해서 본다면 섹스 서비스는 한시적인 배설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따름이다.

궁극적으로 ‘장애인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장애인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겉모습이 다를 뿐, 정신 발달 정도가 다를 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기에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이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 같다.

우선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왠지 모를 껄끄러움과 불편함부터 깨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갈 길은 아직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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