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교양인┃
831쪽┃3만6천원

미국의 시인 오든은 「1937년 스페인」에서 “역사는 패자에게 ‘아, 가엾어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패자를 돕거나 용서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스페인 내전 종결 70주년을 맞아 지난 15일(금) 번역, 출간된 『스페인 내전』은 패자에게 ‘가엾어라!’라는 말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대로의 역사를 서술한다.

스페인 내전은 공화진영의 공산주의와 국민진영의 파시즘 간의 대립으로 발발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객관적 시각으로 역사를 서술한다는 평을 듣는 앤터니 비버는 스페인 내전의 원인을 단순한 이념 대립이 아닌 군부, 보수 가톨릭, 지주 등이 결합한 국민진영과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 등이 연합한 공화진영 간의 대립이라고 분석한다.

두 진영 간의 대립은 피카소의 걸작으로도 재현된 바 있다. 「게르니카」는 국민진영이 자치지구인 바스크의 도시 게르니카에 무차별 융단 폭격을 가한 사건을 담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학살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이 융단 폭격으로 게르니카 시민의 3분의 1인 2,500여명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피카소가 게르니카 학살 사건을 그림으로써 공화진영이 큰 선전효과를 봤다”며, 바스크 전투의 경과과정만을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각 진영이 국제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형성하기 위해 언론인 등 지식인들을 끌어들였다”고 말한다. 게르니카 학살과 산카를로스 병원 폭격 사건은 국민진영이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 무마되는 듯했다. 그러나 국민진영의 위선적인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은 공화진영 쪽으로 기울게 된다.
당대의 저명한 작가인 헤밍웨이도 여론을 공화진영 쪽으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그는 국민진영을 ‘반란자’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공화진영이 패배한 뒤 공화진영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인공인 로버트 조던이 “이 사람들만큼 자신의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그들의 적이었던 경우가 또 언제 있었던가?”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의 생각은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자유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쟁이 점차 전쟁 그 자체의 승리를 위해 변질돼 가는 것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다. 이념 대립으로 시작된 스페인 내전이 단순 살육전으로 변모한 것이다.

전쟁사학자인 존 키건이 “스페인 내전에 관해 더 덧붙일 것이 없는 책”이라고 평가할 만큼 이 책은 내전의 전 과정을 상세하고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주요 전투 지역의 상세 지도와 각 진영의 주요 인물, 스페인 연표도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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