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민음사┃
357쪽┃1만1천원

이중의 차별 때문에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는 이들, 바로 미국의 흑인 여성들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사회의 차가운 눈초리를 힘겹게 견뎌냈던 그들은 여성이기에 흑인 남성의 거친 냉대까지 감내해야만 했다. “새까만 불사조 같은 이 여자들은 세상을 살아오며 각자 나름대로 마음속에 품게 된 사연들이 많았다.”

최근 글로리아 네일러의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이 번역, 출간됐다. 네일러는 가난한 흑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를 진솔하게 그려낸 토니 모리슨,  앨리스 워커 등 흑인 여성작가의 계보를 잇는 소설가다. 그는 ‘자매애’를 정치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자매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모리슨이나 워커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을 듣는다.

자매애는 흑인여성문학의 중심 주제 중 하나다. 흑인여성들에게 폐쇄적인 사회는 그들을 더욱 소외된 곳으로 몰아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의 연대인 자매애가 부각된다. 자매애는 그들에게 정체성과 삶의 목적을 부여한다. 네일러는 자매애에서 정치적 연대의 가능성을 엿봤고 그 가능성을 실현시킬 장소로서 브루스터플레이스를 그려냈다.

시가지 방향의 길이 벽돌담으로 막혀 있는 브루스터플레이스는 가장 낙후된 동네 중 하나다. 현재 이 동네 거주민 대다수는 흑인여성이다. 브루스터플레이스는 흑인여성들에 대한 미국사회의 차별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소다.

브루스터플레이스는 이후 매티와 키스와나를 중심으로 한 소통을 통해 연대의 장소로 변모한다. 자매애 연계망의 중심인물인 매티는 브루스터플레이스 여성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산층 출신의 소위 ‘깨어있는’ 학생인 키스와나는 브루스터플레이스에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구역 협의희를 조직하려 하고 매티의 도움으로 결국 구역 협의회가 탄생하게 된다.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는 매 장마다 각각의 주인공이 있다. 각 장의 주인공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상호 침투해 반향한다. 이런 형식은 인물의 개체성을 부각하고 그들의 상호관련성을 강조한다. 에필로그에서 주인공들은 ‘집 주인을 고소하기 위한 변호사 기금을 마련하자’는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데, 이 지점에서 각각의 이야기는 통합된다.

브루스터플레이스 여성들의 꿈은 ‘태양에 내놓은 건포도 같이’ 말라비틀어졌지만 이 ‘지연된 꿈’은 종국에 이르러 그들을 고립시킨 담의 벽돌을 집어던짐으로써 ‘폭발’한다. 이경순 교수(전남대 영어영문학과)는 “벽을 통해 고립되고 타자화된 흑인여성의 삶은 집단적인 폭발을 통해 ‘미국의 꿈’이란 미명 하에 가려진 속살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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