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안하영 기자

오전 9시 인문대 5동 1층 강의실로 등교. 낮 12시 학생회관(학관)에서 점심식사. 오후 1시 중앙도서관(중도)에서 전공 공부. 오후 3시 중앙전산원(중전)에서 과제 작성. 오후 5시 친구와 함께 자하연 산책.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이 머무는 관악캠퍼스의 생활환경은 과연 어떨까. 『대학신문』은 관악캠퍼스의 생활환경을 진단해보고자 ‘캠퍼스 생활환경진단’ 기획을 마련했다.

진단은 △실내·외 대기 △세균 △조도(밝기) 등의 측정 및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대기, 화장실 세균, 수질검사 등은 보건대학원이 보건대학원 50주년 기념으로 시행한 ‘서울대 건강캠퍼스 만들기’ 조사를 참고했으며 조도, 열람실 책상 등의 세균은 환경안전원(안전원)에 의뢰해 측정했다.  보건대학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부에 개선안을 제안하고 오는 2012년까지 건강캠퍼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력을 위협하는 조도

적당한 밝기의 조명은 학습효과를 증대시키지만 조도가 적정치보다 낮거나 높은 경우 시력이 저하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조도는 학생들의 학습 환경에 중요한 요소다. 학내 조도는 대체로 양호했지만 조명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원은 4일(월) 11시부터 3시까지 일반교양 및 핵심교양 강의가 이뤄지는 29개 동의 강의실 68곳과 중도, 중전을 대상으로 조도를 측정했다. 측정은 평소 환경과 비슷한 맑은 날씨에 진행됐다.

측정 결과 관악캠퍼스의 강의실 및 연구실, 중도 열람실 등의 평균조도는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고시한 ‘학교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점검 기준’에 따르면 책상에서 측정한 조도와 칠판에서 측정한 조도는 각각 300룩스(lx) 이상이어야 한다. 사회대 16동 책상조도는 평균 439룩스, 칠판의 조도는 353룩스였고 공대 301동은 각각 473룩스, 374룩스로 적절했다.

하지만 책상에서 측정한 조도를 기준으로 인문대 8동 102호가 274룩스로 강의실 중 가장 낮았고 특히 공대 대형강의동(43동)은 책상과 칠판의 조도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원은 “강의실이 어두우면 수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조명시설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중도의  제1~3열람실은 평균 608룩스로 밝았으나 북카페는 240룩스 정도로 책을 읽기에도 부적합한 수준이었다. ‘한국산업규격 조도기준’에 따르면 연구실험실과 서고 등은 평균 200룩스가 돼야 하고 열람실은 평균 400룩스를 충족해야 한다. 이에 중도는 “이번 중앙대출실 수리와 함께 북카페를 비롯한 1층 로비의 조도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물의 건축연도에 따라서도 조도차가 나타났다. 비교적 최근 완공된 농생대 200동은 평균 612룩스였고 500동은 694룩스로 상대적으로 조도가 높은 반면 건축연도가 오래된 인문대 3동은 380룩스, 5동은 450룩스로 낮았다.

이외에도 한 강의실 내에서 책상조도가 기준치를 만족하더라도 빛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조도가 불균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전 201호와 202호 강의실의 경우 형광등 간격이 넓어 밝고 어두운 곳이 확연히 차이났다. 빛이 균일하게 퍼지지 않을수록 눈이 나빠질 위험이 커진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원은  빛이 고루 비추도록 조명의 간격을 조절하고 ‘고조도반사갓’을 설치할 것 등을 제안했다. 안전원은 “강의실 책상면의 조도를 현재보다 높게 하기 위해 전등의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며 “조도관리와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반사갓을 설치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닦아 반사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균과의 원치않는 동거

우리 손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세균을 접촉하고 옮긴다. 학생들의 생활환경 속 세균 상태는 어떤지 점검해 봤다.

보건미생물학연구실은 학관, 중도, 전망대식당(75-1동)에서 화장실 문손잡이, 수도꼭지, 변기좌대의 표면부착세균을 측정했다. 현재 표면 미생물에 대한 특정 관리 규정은 없지만 남자화장실 수도꼭지와 여자화장실 변기좌대는 세균이 500CFU미만인 다른 곳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특히 남자화장실 수도꼭지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세균이 검출된 여자화장실 변기좌대의 약 3배에 달하는  세균이 검출됐다.

현재 각 단대의 화장실은 용역업체에서 관리하며 매일 청소를 하고 있다. 고광표 교수(환경보건학과)는 “용변을 보면서 발생하는 세균들은 공기 중으로 퍼져 부유하다 표면에 내려앉고 이때 서로 접촉하면 교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교내 공중 화장실은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장소인 만큼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공중화장실 위생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원은 지난 6일(수) 중전 1층 아이스페이스(I-space) 컴퓨터와 중도 제3열람실, 자동판매기의 커피와 음료수 캔 세균을 측정한 결과 모두 대장균 및 대장균군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원은 “측정한 곳의 관리 상태는 양호했지만 중전 컴퓨터 키보드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이 크다”며 “출입구에 손소독장비를 설치하고 키보드는 자외선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는 등의 관리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도서관의 정기적인 소독 △열람실 화장실 입구 손소독장비설치 △자동판매기의 주기적 청소 및 소독실시, 실시사항 기록 등을 제안했다.

- CFU: 작은 세균이 서로 뒤엉켜 현미경으로 보일 정도로 크게 모인 것.


      자하연,아름답지만 ‘3급수’             

봄이 오면 자하연은 벚꽃이 만발해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탁한 물과 악취는 자하연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환경독성학연구실이 지난 3월 △자하연 △버들골댐 △공대폭포 등 3곳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자하연은 공업용수 3급수로 판정돼 여전히 생활환경 측면에서 부적합한 수질임이 드러났다. 버들골 댐과 공대폭포는 깨끗한 물로 판정됐다.

자하연의 수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3년 9월 27일자 『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본부 시설관리국 기술과 직원 50여명은 자하연의 물을 물탱크에 다 옮기고 직접 청소를 시도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와 소속 벤처기업 ‘AB-Tech’에서 개발한 미생물 반응기를 설치해 수질이 4급수에서 2급수로 개선됐다고 보도됐으나(『대학신문』2월 28일자 보도) 2006년 서울대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 반응기는 작동이 중단됐고 자하연은 5급수로 판정받은 바 있다.

시설관리국은 “자하연의 수질향상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결국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원천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하연의 수질 개선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교수(환경보건학과)는 “버들골 댐의 물과 바로 아래쪽 공대폭포는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데도 이 물이 유입되는 자하연은 그렇지 못하다”며 “서울대는 자하연의 수질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실 극미세먼지‘가득’

대기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가득하다. 특히 환기를 자주하지 않는 실내공간이나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중도와 본부 사이의 대기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먼지가 검출됐다.

◇숨 막히는 실내 대기?=실내 대기는 환기 등을 통해 개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숨쉬기에 적당한 환경은 아니다.

 ‘실내환경 및 노출평가연구실’은 11월부터 4월까지 30명 이하 강의실 5곳과 5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강의실 5곳, 중도에서 대기를 채취했다. 실내대기는 △이산화탄소 △극미세먼지 등의 측정을 통해 분석했다. 

측정 결과 조사한 15곳 중 67%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학교보건법 기준인 1천ppm을 초과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강의실이 3,140ppm으로 가장 높았고 중도 열람실과 소형강의실이 각각 2,702ppm과 1,780ppm으로  뒤를 이었다. 이산화탄소는 사람의 호흡으로 주로 배출돼 사람 수와 환기 상태의 영향을 받는 화합물로 농도가 높을 경우 불쾌함이나 현기증 등을 느끼게 된다.

극미세먼지는 미세먼지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먼지로 사람의 폐 속 깊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까지 대기 중 극미세먼지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측정 결과 대형강의실과 도서관 열람실은 모두 72μg/m³로 미국 ‘극미세먼지의 실외 국가대기질 기준’에서 위험수준으로 간주하는 수치(40μg/m³)보다 높았다. 이기영 교수(환경보건학과)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규제가 생긴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준 마련을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내공기를 개선시킬 방안으로 환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냉·난방기를 사용하면서 환기를 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와 극미세먼지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환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환기기구를 자주 작동시키고 환기시설이 없는 곳은 창문을 자주 여는 등 관리 대책을 즉각 실시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기준을 넘는 경우는 50%로 감소했지만 이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 교수는 “강의실과 도서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외 대기는 도심수준=대기환경연구실이 지난 3월 15일부터 16일까지 △본부 버스승강장 △중도 1층 앞 △제1공학관(301동)에서 실외 대기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캠퍼스 미세먼지 농도수준은 평균 45μg/m³으로 미국의 대기환경기준인 35μg/m³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캠퍼스 주변에 오염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지역의 농도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중도가 가장 높았고 이어 제1공학관과 본부 버스승하차장 순서였다. 이승묵 교수(환경보건학과)는 “중도 1층은 개방적인 구조지만 대기가 정체할 가능성이 많아 극미세먼지의 수준이 높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버스승강장은 다른 지역보다 극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다. 이에 대해 그는 “버스승강장은 버스가 계속 움직이면서 대기흐름이 다른 곳에 비해 원활하기 때문”이라며 “301동의 경우 캠퍼스 내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곳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오토바이 사용이 많아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에는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60~80μg/m³으로 평소에 비해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황사나 스모그가 발생할 때만이라도 오토바이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연구팀은 “오토바이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먼지 농도가 높을 경우 사용제한 및 권고를 통해 오토바이의 오염 우려지역의 접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염물질 농도 현황 및 권고사항을 표시하는 전광판을 설치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천장에 숨어있는 위협, 석면

석면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해외에서도 건축자재 등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왔고 2000년대 중반까지도 지속적으로 수입됐다. 수입된 석면의 90%이상은 건축자재로 사용됐기 때문에 최근 1~2년 내에 건설된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에 석면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악캠퍼스 총 210개 건물 중 72.4%에 해당하는 152개 동은 석면이 주로 사용됐던 1990년대까지 준공됐다.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은 이 가운데 중도, 학관, 인문대 1동 등 10개 건물을 선정해 석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건물에서 석면이 검출됐으며 특히 천장재에서 많이 검출돼 차후 석면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우리 몸이 석면에 노출될 경우 폐암이나 석면폐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의 간행물 자료실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그 중 절반가량에서 석면이 나왔으며 학관은 2007년 모든 층이 재개축됐지만 일부 식당과 문구점 천정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또 인문대 1동의 경우 2006년 재개축된 곳에서는 석면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장소에서는 검출됐다.

하지만 학관 등 일부 건물의 공기 중 석면농도는 아주 낮았다. 이에 따라 평상시 석면 노출농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관악캠퍼스의 많은 건물에서 사용된 건축자재가 석면을 포함하고 있으나 평상시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본부가 석면관리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석면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윤충식 교수(환경보건학과)는 “미국 하버드대 등은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석면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알리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며 “건물을 재개축이나 철거할 경우 공기 중 석면농도가 많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퍼스 식당 “짜요, 짜”

외부 음식점과 멀리 떨어져있는 관악캠퍼스의 특성상 학생들은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학교 식당은 학생들에게 영양을 잘 공급하고 있을까.

보건영양학교실은 지난 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학내 식당 14곳 가운데 학관식당(63동), 언덕방식당(74동), 서당골식당(76동), 자하연식당(109동), 동원관식당(113동) 등 5개 식당의 메뉴 33종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학내 주요 식당인 5곳 모두 한 끼 식사에서 제공되는 나트륨양이 1일 나트륨 섭취량인 2천mg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와 관련된 각종 질병이나 고혈압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당골식당 영양사 최지숙씨는 “교직원은 싱거운 음식을 선호하지만 학생들이 염도가 높은 음식을 좋아해 식당에 싱겁다는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며 “식당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많이 찾도록 하기 위해 불만사항을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음식은 국민의 기호에 따라 나트륨 함량이 많은 편이다. 정효지 교수(보건학과)의 ‘외식산업 건강증진사업 개발을 위한 실태조사 및 역량평가 최종보고서(2006)’에 따르면 김밥, 돈가스 등을 제외한 외부음식 역시 나트륨이 권장비율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지숙 씨는 “나트륨 함량을 줄이려면 학생들의 인식 변화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끼 열량은 682칼로리에서 898칼로리 정도로 대부분 적절했다. 하지만 학관식당과 동원관식당 등 일부 식당의 열량은 20세~29세 남학생 한 끼 식사에 필요한 865칼로리의 80%에 그쳤고 언덕방식당과 서당골식당은 여학생의 한 끼 식사 열량 필요량인 700칼로리의 125%정도로 많은 열량의 음식이 제공되는 등 불균등한 모습을 보였다.

각 식당마다 영양사가 식단을 관리하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 영양성분이 과잉 또는 부족하게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학생 및 교직원의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한 통합적인 식당운영 체제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상태에 대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현재 메뉴의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는 일부 식당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정 교수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영양소 함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학생들이 음식 선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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