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의 입학정원 감축이 올해도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90년대 초 급격히 늘어났던 정원이 90년대 말부터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로 가서 이제는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학과가 많지 않을 정도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1969년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해에는 예비고사라고 불리는 대학입학 자격고사가 있었다. 전체 대학입학 정원의 1.5배 정도를 시험점수에 의해 선발했다. 그때 서울대학교 입학정원이 2,800명 정도라고 생각이 되는데 정확한 수치를 보기위해 자료를 찾아 보니 1970년도 대학 재학생 등록 통계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1학년(70학번)은 3,460명, 2학년(69학번)은 3,188명, 그리고 총 학부재학생 수는 12,257명 이었다. 전국 총 등록재학생 수가 146,414명 이었으니 전국 대학생 중 8.5%가 서울대학생이었고 쉽게 말하면 대학생 12명중 하나가 서울대학생이었다. 서울대학생이라고 으쓱댈 것이 없었는데도 요즈음 학생보다 더 폼을 잡았던 것 같다. 서울대학교 다음으로 크다는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가 1000명 전후의 신입생을 모집했었으니 서울대학교가 얼마나 수적으로도 우세했었는지 알 수가 있다. 현재는 지난해(2003년) 통계로 보면 서울대 입학정원 3,850명에 전국 대학 총 정원(아마 교대, 전문대제외)이 327,040 명이니 지금은 서울대 재학생 수가 전체의 1% 겨우 넘는 정도이다. 아마도 서울대 출신이 사회 전 분야의 노른자위를 독식한다는 비난도 조만간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 대학의 적절한 정원이 얼마인가는 어떤 형태의 대학이 우리에게 바람직한가에 따라 다를 것이고 그간의 입학 정원이 늘어나다가 줄어드는 사인커브를 그린 것을 보면 우리의 대학 모형에 대한 철학도 사인커브처럼 변화 해 온 것 같다. 프랑스의 ENS처럼 40∼50명의 천재 학생을 받아서 엄청난 국가의 지원 하에 학생수보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최고의 교육을 시키는 아주 소규모의 대학 모델도 있고, 하버드나 칼텍 처럼 특정 분야가 강조된 중소규모 대학, 버클리나 미시간 등과 같은 대형 종합대학들도 있다. 우리 서울대학교는 그간 정부나 사회의 지원이나 큰 공감 없이  앞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델을 왔다 갔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리 대학이 벤치마킹한다면 어느 대학이 좋을까? 아마 이미 학내에서 많이 고려되었던 버클리대가 아닐까한다. 

입학 정원의 변화에 대학 모형에 대한 철학 반영해야 

2003년 현재 우선 총학생수가 33,145명으로 우리와 비슷하다. 학부과정 23,835명 대학원 9,310명이고 교수가 1,843명(전임 1,432명, 시간강사 411명)으로서 대체로 우리와 비슷하지 않나 한다. 또한 103개의 학사학위 과정이 열려 있고 이를 대략 우리의 학과라고 볼 때 그 규모가 비슷하다. 큰 차이는 조교나 보조행정 직원의 숫자이다. 학사지원인력 6,427명, 관리행정직원 763명, 학사 이외의 분야 보조직원 12,055명으로 총 20,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총체적으로 교육 연구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활동으로 인해 교수들은 각종 입시 및 행정적 잡일에서 벗어나 교육ㆍ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행정직 부족 문제는 앞으로 총장님들이 해결해 준다고 치고, 버클리대 모델을 따를 경우 얼마의 입학정원이 최적일까? 일반적으로 5년 정도 걸려서 졸업한다고 보면 4,700명이 되나 우리가 교수 숫자에 있어서 다소 모자라므로 (주로 진료를 담당하시는 교수님들 숫자를 감안하여) 좀 줄인다면 4,000명 정도가 어떨까 하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세계 각국의 우수대학들이 훨씬 적은 학생을 가진 경우가 많이 있지만, 현재 서울대학교의 여러 가지 여건, 즉 거의 전 분야의 전공이 열려 있는 종합대학 형태라는 것과 제도 또한 이미 미국식을 따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외관적 통계자료만으로 유럽이나 일본의 일부 대학을 따라하기에는 무리함이 많다고 본다. 정작 유럽이나 일본 대학들은 미국 대학제도를 오히려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

김승조 공대 교수ㆍ기계항공공학부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