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0호 5월 18일자 3면
“학내 홈페이지 진단” 기사를 읽고

오랜만에 내가 즐겨찾기 메뉴에 등록해 놓았던 홈페이지들을 뒤적여 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즐겨찾기 목록은 거의 10년에 걸쳐 쌓인 흔적의 산물이다. 자주 찾는 곳이야 머리에 넣어두고 다닌다지만 드문드문 방문하거나 아예 잊어버렸던 곳은 사이트의 제목을 봐도 생소하다. 설렘 반, 두려움 반에 클릭을 한다. 이어서 화면에 뜨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왠지 추억의 저편이 날아가 버린 기분이다.

이것보다는 차라리 박제된 홈페이지가 나을 성 싶다. 마지막 업데이트 200X년 Y월 Z일. 멈칫거렸던 나의 기억은 다시 색깔이 칠해진다. 여기를 들른 가장 최근의 시점이 언제더라? 그 당시의 기분과 상황을 떠올리며 무언가 바뀐 게 없는지 찬찬히 살펴본다. 하지만 이내 그 시도는 부질없는 것이 돼 버린다. 변화가 없으면 무릇 따분해하는 동물인 사람이지만 언제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홈페이지를 보면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 대신 그냥 이대로 남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다시 까마득히 그 공간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이렇게 즐겨찾기-재방문 놀이는 끝이 났다.

학교 홈페이지의 반 정도가 최소 한 달 정도는 방치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중에는 접속 자체가 되지 않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고정된 인력의 부재와 관리 여력을 넘어선 홈페이지 자원의 과잉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지만 운영 주체의 능력이 사이트의 이용 부하를 따라가지 못해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이 상황은 이용자에게 나중에 회상할 만한 추억거리 하나 던져주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한정된 자원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낭비하는 꼴인 것이다.

어떤 정보를 취하느냐보다 어떤 정보를 버리느냐가 더 중요해진 요즘, 선택과 집중은 사이트 관리에 있어서도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막힌 길을 여럿 만드는 대신 한 개의 길이라도 온전히 뚫자는 이야기다. 접속되지 않는 홈페이지, 관리가 되지 않는 홈페이지는 이용자에게 있어 막힌 길이나 다름이 없다. 길이라면 무릇 서로 오고 가는 맛이 있을진대, 막힌 길은 그 앞에서 사람들을 돌아서게 할 뿐이다. 결국 그 길은 버려지게 된다. 꾸려가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모두 소통할 의욕은 줄어들고 힘은 힘대로 든다.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작금의 시점에서 홈페이지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다. 그것은 운영하는 주체를 말하는 얼굴이다. 또한 그 곳은 그것에 이르러 서로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의 역할을 한다. 아무쪼록 학내 홈페이지가 즐겨찾기-재방문 놀이를 통해서 회상되는 추억거리가 아니라 언제든지 방문하여 대화를 하고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민혁
의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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