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주의’의 빛과 그림자
‘칼뱅주의’의 빛과 그림자
  • 이대한 기자
  • 승인 2009.05.2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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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동향] 칼뱅 탄생 500주년 맞은 종교계


그래픽: 안하영 기자

지난 3월 「타임」은 ‘지금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10가지 사상’ 중 하나로 ‘칼뱅주의(Calvinism)’를 선정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절제와 금욕을 강조했던 칼뱅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칼뱅주의는 ‘신칼뱅주의(New Calvinism)’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칼뱅주의는 칼뱅이 강조한 검소나 근면과 같은 가치를 중시하면서 전통적 칼뱅주의가 배격했던 세속문화와도 조화를 꾀한다. 새로운 칼뱅주의자들은 세속과 영성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칼뱅주의의 가치와 규범을 현실에 적극 도입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자 힘쓰고 있다.

올해는 프랑스 신학자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이 탄생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복음주의의 고전 『그리스도교 강요』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루터와 함께 대표적인 종교개혁가로 손꼽힌다. 프랑스 국왕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피신한 칼뱅은 제네바를 신권(神權) 통치하며 종교개혁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그의 사상은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가 독일과 네덜란드의 개혁파, 영국의 청교도를 탄생시켰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에서 언급했듯 칼뱅이 강조한 직업관과 예정론은 유럽 자본주의 문명을 태동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칼뱅의 사상은 신교도들의 사상적 연원이 됐고, 정치적 소수파인 칼뱅주의자들의 사회운동은 ‘인권’같은 근대적 개념을 태동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국내 개신교부터 자본주의 사회까지 경종을 울리는 칼뱅의 사상=제네바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칼뱅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그의 생애와 사상을 다시 돌아보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칼빈 이야기』라는 전기가 탄생 500주년을 맞아 번역·출간됐고, 월간 「기독교사상」은 5월호에서 ‘칼빈 탄생 500주년과 한국교회’ 특집을 통해 국내 개신교의 상황을 반성하고 개혁 방향을 모색했다. 특집에 게재된 「칼빈의 사상과 한국교회의 사회적 역할」에서 박경수 교수(장로회신학대 역사신학과)는 “한국 개신교가 성장 위주 전략을 추진하는 동안 사회봉사라는 본질적인 사명을 소홀히 해 사회의 신뢰를 잃었다”며 “개인의 영적 실존뿐만 아니라 사회적 삶까지 포괄하는 칼뱅의 개혁 사상을 반성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뱅은 제네바에서 종합구빈원과 프랑스기금을 설립하는 등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구제활동을 펼쳤다. 칼뱅은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공공신학에 대한 사상적 단초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박경수 교수는 “한국 개신교계도 구조적인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공정무역을 선도해나가는 등 칼뱅의 사상을 진취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주의성경연구소와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은 지난 2월 16일부터 3일간 ‘칼뱅의 신학과 목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도 ‘칼뱅의 유산과 현대적 의의’라는 주제로 지난 13일, 19일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양호 교수(연세대 신학과)는 ‘칼빈의 유산: 경제와 사회’라는 발표에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 이후 지금까지 논쟁이 되고 있는 칼뱅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고찰했다. 그동안 비엘러와 그레이엄 등의 연구자들은 칼뱅주의가 자본주의의 발달에 공헌했다는 베버의 주장과 달리 칼뱅의 사상은 오히려 기독교 사회주의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양호 교수는 “칼뱅주의는 사유재산과 금융업을 인정하면서도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인 측면이 공존한다”며 “칼뱅주의는 자본주의도 기독교 사회주의도 아닌 독자적 경제 윤리를 가진 사상체계로 그 둘에 대한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6월 22일에는 ‘칼뱅 탄생 500주년 기념사업회’가 ‘문화신학으로서 칼뱅주의’, ‘칼뱅과 정치’, ‘포스트모던적 시각에서 본 칼뱅’ 등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7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신격화된 칼뱅, 다시 인격화해야=현재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칼뱅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들이 칼뱅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언론 「브레이크뉴스」는 ‘교회 분열 시조는 ‘칼빈’, 500주년 기념은 어불성설’이라는 기사에서 칼뱅이 자신의 사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수십명을 화형시켰을 뿐 아니라 칼뱅의 교리를 이어받은 오늘날의 장로교도 자신과 교리가 다르면 무조건 배격한다고 비판했다. 「올댓뉴스」도 ‘왜 칼빈인가 … ‘나만 옳다’식 정죄 한국교회 위기 초래’라는 기사에서 “한국 교회에서 칼뱅은 비판 없이 성역화됐다”며 “교단에 소속된 목사들조차 이단으로 몰릴까 두려워 신학 견해를 표현하기 꺼리는 것이 지금 장로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칼뱅주의는 개신교부터 자본주의 사회까지 영향을 끼쳤지만 비판적 반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독교사상」 한종호 편집주간은 “칼뱅의 사상과 생애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이 따라야만 한국적 상황에 맞는 생생한 신학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행 표기법상 칼뱅이 옳은 표현이나 인용한 자료의 표기는 수정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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