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1호 5월 25일자 3면
“다시, 학내 배달 음식문화를 진단한다” 기사를 읽고

몇년 전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서 지내는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과 스웨덴 두 나라 대학 캠퍼스의 현격한 차이였다. 스웨덴 대학의 캠퍼스는 여러 곳에 분산돼 있어 공룡처럼 광활한 서울대와는 규모부터 확연히 달랐다. 스웨덴 대학생들은 강의 수강이나 교수와의 면담 등 제한된 목적을 갖고 대학을 방문하기에 인적이 끊긴 저녁에는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또 학생식당을 비롯한 후생시설은 서울대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았다. 한국 출신 유학생들이 스웨덴의 대학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과 달리 오히려 필자에게는 서울대의 기능이 더욱 풍부하게 비쳤다. 비단 스웨덴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대학에서도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배달 음식은 커녕 텅 빈 학생식당만 눈에 띄곤 한다.

반면 서울대는 학업이나 자치활동 외에도 외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자취생 비율이 높아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먹는 문제다. 게다가 재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인원 역시 증가세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느는 인원을 감당할 식당은 부족한 상황이다. 평일 점심때마다 학내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만성적인 줄 서기에 지친 학생들은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겨난 배달 음식 문화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배달 오토바이는 학내를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교통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소음으로 수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또 학생들 중 일부는 실내에서 먹은 뒤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나 악취를 일으키기도 한다. 인문대는 몇년 전 이같은 배달 음식과 관련 문제가 발생하자 건물 내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행위를 금지한 바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의 수요가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인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내 배달 음식 문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배달 음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들 외에도 학교 주변 음식점 간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학생식당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 인원이 증가하는 만큼 학생식당을 비롯한 후생시설이 증설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둘째, ‘자하연’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계속 제공하는 식당을 확대해 점심을 먹는 시간을 분산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셋째로 배달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과속 오토바이 등을 단속하는 조치와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또 배달 음식점들은 무차별적인 광고전단지 살포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도시락을 싸오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실천해볼 만하다.

혼잡한 학내 식당 및 배달 음식과 결부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맘때, 점진적으로 문제를 풀려면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박정준
비교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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