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택 교수(심리학과)
제34회 대학논문상 심사위원

학계, 사회에서 논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논문은 학문세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임과 동시에 논문으로 출간된 연구만이 사회에 전파돼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논문작성능력은 대학에서 반드시 양성돼야 한다. 논문은 단편적인 사고나 감상을 표현한 글이 아니고, 자신이 세운 가설에 대해 엄격한 방법론을 적용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글이다. 따라서 훌륭한 논문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연구와 좋은 학술적 글쓰기의 요건들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좋은 논문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첫째, 연구주제가 학문적·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어야 한다. 둘째, 실증적인 연구든 논증에 의한 연구든 연구 방법의 적용이 엄격하며 자료 해석이 정확해야 한다. 셋째, 연구내용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논문 형식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대학논문상에 투고된 논문은 모두 13편이었다. 특이한 점은 사회연결망 이론과 방법론을 적용한 논문들이 1/3에 해당하는 4편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논문들은 의미 있고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논증과정이나 자료해석과정의 엄격성과 정밀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심사에서는 좋은 논문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대학논문상의 특성을 감안해 특별히 하자가 없는 논문보다는 참신성과 독창성이 있는 논문을 선정하려 노력했다.

아쉽게도 당선작 없이 가작 두 편만이 선정됐다. 「시각적 상징물과 커뮤니티의 문화적 재현」은 커뮤니티의 문화가 물질적으로 구현되는 방식, 구체적으로 문화가 도시계획에 따라 시각적인 상징으로 드러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차이나타운의 참여관찰 연구방법도 훌륭하고, 결론의 실천적 함의가 분명한 점도 돋보인다. 도시계획과 인문적 반성의 접점을 개념화하는 데 성공해서, 각각의 분야에만 머물렀다면 놓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해준다.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의 전제와 목적 혹은 연구결과로부터 나오는 함축이 무엇인지가 아직 충분히 반성 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 진보인사 연결망의 시계열적 분석」은 1996년부터 2008년 사이의 진보인사들의 사회 연결망의 변화를 분석했다. 인명록과 인터넷을 통해 인물자료를 수집하고 신문기사를 통해 진보인사들 간의 거리를 계산한 자료를 사회연결망으로 분석한 연구방법의 엄격성과 성실성이 돋보인다. 다만 진보인사의 연결망 변화를 조직 생태학 이론에 의해 설명하기에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분석결과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이로 인해 위협받는 인간 안보의 문제」도 끝까지 심사위원들이 망설였던 논문이었으며, 비록 당선작은 나오지 않았지만 서너 편의 논문들은 자료 해석의 엄밀성과 학문적·사회적 함의를 보충하면 충분히 당선작이 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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