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진
건축학과 석사과정

약 7년 전 조르주 상드와 아르투르 랭보를 좋아하는 불문과 학생에서 이 푸 투안의 책을 읽는 건축과 학생으로 적이 바뀌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전공 사이에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기본적으로 두 전공이 공유하는 인문학적인 가치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게 차이나타운은 이소룡이 태어났고(샌프란시스코) 쑨원이 혁명의 기초를 다졌던 곳(요코하마)이며 오정희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인천)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는 곳이 됐다. 사람들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장소를 공간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내가 공부를 하는 동안 지속할 학문적 과제일 것이다.

이방인인 내게 인터뷰를 허락하고 당신들의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준 많은 사람들이야말로 연구의 가장 큰 자산이다. 특히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난 화교 2세대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그의 책 ‘무국적(無國籍)’을 읽고 나서 한동안 나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장소가 가진 삶의 무게에 대해 고민했다. 또 장소가 얼마나 사람들의 삶의 문제에 매우 강하게 직결돼 있는지 알게 됐다.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는 나와 그들의 삶 사이에 놓여 있는 거리에 대해 생각했고 그 접점의 대안을 찾고 싶었다. 이 논문은 그에 대한 미약한 결과물이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논문인데도 긍정적으로 심사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또 항상 날카로운 지적으로 내 논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시는 박소현 교수님과 내 삶에 무한한 영감을 주시는 어머니 그리고 내게 가족이 돼 준 오랜 친구 김선민 군에게 아낌없는 신뢰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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