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조문정국’ 정치논란
정치인의 죽음인건 사실이나
죽음, 정치적 이용 말아야
다만 차분히 추모하길 바래

강진규 편집장
노무현 전 대통령 건강이상설로 시작된 지난달 23일의 비극은 컴퓨터에 남긴 유서가 발견되면서 자살로 결론났다. 경호원의 진술 번복과 조사과정의 미비함 등은 음모론을 등장시키며 논란을 가속화시키는 듯했지만 지난달 29일 영결식과 노제, 그리고 마침내 화장까지 거행되면서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던 재임시절에도 행정수도 이전과 탄핵, 대연정, 한미FTA 논란 등으로 조용할 날 없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은 서거 후에도 여전히 소란스럽다. 그의 죽음을 두고 정치적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청와대는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문정국’을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오후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고 ‘여당 책임론’을 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전 정권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초래됐다고 주장한 민주당은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검 중수부 수사라인의 전면적 교체를 요구했다. 대통령 공개사과와 특별검사제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장외투쟁에 나서야 함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은 ‘조문정국’에서 당론이 분열되고 국정운영이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태수습에만 골몰해있다. 청와대에서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문 개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대국민 사과나 담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는 한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무현은 정치인이었다. 그의 자살이 정치권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전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뭔가 씁쓸하다. ‘영웅’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민주당이 이제는 그를 추앙하고 있는 모습이 불편해서일까. 청와대의 책임회피와도 같은 대응 때문일까. 집권 여당이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줘서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그들 모두, 정치권 전부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그의 죽음을 두고 정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꽤나 불편한 일이다.

지금은 잠시 정쟁을 멈추고 애도를 표할 때다. 지난달 29일 영결식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슬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운구차는 엄청난 시민의 행렬과 겹쳐 전진하지 못했다. 그만큼 보내고 싶지 않았던, 우리에게 대단한 인상을 남겨줬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정치인의 죽음인 건 분명하지만 ‘정치적 죽음’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문정국’의 수습은 정치적 파장에 신경이 집중된 사람들이 할 수 없다.

흔히 개인주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서울대 학생사회 내에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만큼은 모두가 합심하는 분위기였다. 스누라이프 유저 한 사람이 중앙도서관에 분향소를 마련하고자 했을 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영정사진을 제작하고 향을 사고 돗자리를 마련했다. 다른 곳에서도 단과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자보를 붙이고 조용히 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곧 시작될 6월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오가며 정쟁에 휩싸이게 된다면 일주일간 중앙도서관 분향소를 찾아 묵념했던 사람들, 시청 앞에 모여서 국화 한 송이를 헌화했던 사람들, 봉하마을에서 마지막 그의 흔적을 찾았던 사람들,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고자 영결식에 함께했던 사람들을 두 번 죽이게 된다. 좀 더 차분히 다시 한 번 추모했으면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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