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상수(螞蟻上樹)’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요리가 있다. ‘개미가 나무를 오르다’는 뜻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잡채를 가리킨다. 당면에 다진 고기가 붙어 있는 모양을 이처럼 표현한 것인데 참 해학적이다. 개미와 관련된 다른 표현으로 ‘개미가 뼈다귀를 갉아먹다’는 것이 있는데 작은 도구나 역량을 모아 거대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천리마 운동’이 한창이던 1959년 3월, 당시 함남 함흥의 용성 기계공장을 방문한 김일성이 1,500마력의 감속기를 여러 개의 작은 공작기계로 깎아내는 것을 보고 이 표현을 사용했으며, 이후 북한의 공식 용어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한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1950년대 말 추진됐던 ‘천리마 운동’이 최근 북한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경색된 대외환경 하에서 중앙집권적·통일적 경제 관리를 비롯해 집단주의, 자력갱생, 노력동원 등 고전적 방식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로부터의 과거 회귀적 통제와 달리 아래로부터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변화들이 포착된다. 북한에서도 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서 ‘돈주’라는 계층이 출현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물주’와 같은 의미로, 시장을 중심으로 일정한 정도의 부를 축적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비공식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공식 영역에도 진출해 투자 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한 네트워크 형성이 북한의 사적 영역을 은밀히 확장시키고 있다. 이 외에도 개인 경작지 증대, 매대(간이 판매점) 확대, 외화벌이꾼 증가, 새로운 미디어 확산 등이 북한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에 대해 남한은 PSI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핵에는 핵’ 등으로 한술 더 뜬 반응을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북한이 체제안정과 경제회복에 실패해 ‘벼랑끝 전술’을 계속 구사하는 것과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 과연 어느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되는가.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 언제든지 핵무장이 가능한 일본과는 별 탈 없이 잘 지내면서 고작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의 본질은 ‘핵 보유’가 아니라 ‘적대적 관계’의 해소다. 남북의 군축과 군비 통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무모하고 저급한 ‘치킨 게임’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1999년 평양 방문 후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 특사는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북한을 보지 말고 북한의 현실 그 자체를 보자”고 강조했다. 강대국의 요구에 순응하고 남한의 이익에 종속되는 희망사항으로서의 북한 대신, 저발전 핵보유국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북한을 직시하자.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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