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지음┃산책자┃
428쪽┃1만5천원
인터넷 블로그의 글이 지면의 활자로 재탄생한 ‘블룩(blog+book)’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18일 출간된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저자 이현우씨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서평꾼이다.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박학다식을 자랑하는 그가 블로그에 자유롭게 써 온 ‘책 이야기’ 중 고갱이를 추려 다시 책으로 엮어낸 셈이다.

책은 문학·예술·철학 영역에서의 비평으로 시작해 세계 철학계의 이단아인 지젝의 저서를 둘러본 뒤 번역비평으로 끝을 맺는다. 저마다 다른 주제의 글들이 이어지지만 대중지성을 희망하는 저자의 시각에서 비켜나가지 않고 있다. 로쟈는 세상에 대한 ‘즐거운 저항’인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포르노보다 더 음란한 포퓰리즘의 정치를 경계한다. 또 지식의 오만에서 비롯된 오기(誤記)를 비판한다.

로쟈의 서평이 주목받는 점은 하나의 책을 다른 책과의 관계 속에서 읽어내고 분석한다는 데 있다. ‘니체와 여성’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그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안에서만 맴돌지 않는다. ‘니체와 여성’을 제각각의 관점에서 다루는 다른 저자들의 책들과 함께, 니체의 다른 저서  『선악의 저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학문의 경계를 초월한 그의 지식의 종횡무진함은 바로 이러한 책읽기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식인과 대중 간 거리를 좁히는 방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꼽는다. “블로그는 그 빠름을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세대에만 유용한 데 비해, 느린 활자는 모든 세대에게 유효하다”는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로그가 대중지성의 지적 보고 중 하나로 각광 받고 있다 할지라도, 지식 공유의 폭을 확장시켜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활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느리지만 넓고 깊이 있게 모두에게 다가가는 것, 그것이 활자이고 책이다. 대중은 책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지성인으로 자라나고 세상을 변하게 한다. 대중의 시대는 왔을지 몰라도 로쟈의 시각에서 볼 때 ‘대중지성’의 시대는 아직 뻗어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뻗어나감을 돕는, 지식인의 겸손과 대중지성의 도래를 돕는 징검다리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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