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엮음┃
안인희 옮김┃
바오┃304쪽┃1만3천원
“빛이 오고 난 뒤에도 우리는 이토록 캄캄한 어둠 속에 살아야 했다.” 이것은 약 450년 전  교리 해석의 자유를 인정한 종교 개혁 시대에서조차 다른 의견을 말하기 힘들었던 어떤 인문주의자의 절규다. 한국 사회에서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확대됐다지만 시위에 나선 사람들이 체포되고, 기득권과 갈등했던 ‘다른 의견’이 얼마 전 세상에서 추방된 것을 보면 한국 사회도 어둠 속에 있는 것일까.

지난달 4일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출간됐다.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나 메리 스튜어트처럼 지금까지 깊이 있게 조명되지 않은 인물들의 전기를 써 왔다. 그가 이번에 주목한 사람은 16세기 신학자 카스텔리오다. 저자는 카스텔리오의 삶에서 나타나는 학문적 관용에 초점을 맞춘다.

카스텔리오는 칼뱅의 교조적 신앙에 대항해 신념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는 동시대의 신학자 세르베투스가 칼뱅과 다른 교리 해석을 했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하자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자체는 내용의 시비(是非)와 상관없이 지켜져야 한다”며 칼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저자는 학문적 관용의 풍토가 조성되지 않은 시대에 절대 권력에 맞서 홀로 투쟁한 카스텔리오의 용기에 주목한다. 영주와 설교자, 가톨릭 교도와 루터파가 심심찮게 이단 사냥을 자행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카스텔리오가 세르투스를 옹호한 것은 죽음이라는 위험을 감수한 일이라는 것이다.

칼뱅 정권의 탄압에 의연히 맞선 카스텔리오의 태도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을 기획한 이문수씨는 “자신만이 옳다는 현 정권의 오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박해받는 요즘 카스텔리오의 삶은 바람직한 지식인의 귀감이 된다”며 책의 의의를 설명했다.

어떤 독재자도 영혼의 자주성까지 구속할 수 없다. 청교도적 정신이 가장 팽배했던 국가에서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싹트고 당대에 패배자로 잊혔던 카스텔리오는 오늘날 관용의 화신으로 부활해 정신적인 승리를 거둔다. 이것이 언뜻 ‘코끼리 앞의 모기’로 보일 수 있는 그의 투쟁을 보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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