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보다 「실미도」가 좋네요”

▲ © 금기원 기자
“한 학기 휴학하고 영화음악에만 매달렸어요.” 지난해 말, 영화 「올드보이」의 24곡 중 5곡을 작곡하며 영화음악계에 데뷔한 이지수씨(작곡과ㆍ00). 최근에는 「실미도」의 모든 오리지널 스퀘어(영화를 위해 창작된 음악)를 작곡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영화음악계의 ‘젊은 피’다.

음대 재학생들이 만든 챔버 오케스트라 ‘마이스터’의 작곡가겸 프로듀서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에 ‘마이스터’(워너뮤직)란 음반을 낸 것이 영화음악으로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곡을 눈 여겨 본 영화음악감독 조영욱씨(「접속」, 「클래식」 등의 음악감독)의 추천으로 「실미도」와 「올드보이」의 음악작곡을 맡게 됐다.

영화음악은 영상이나 줄거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독과 제작자의 의도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영화음악 제작에는 영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영상을 본 첫 느낌이다. “영화 외의 다른 것으로 영화음악의 힌트를 얻는 경우는 없어요. 영화음악은 영화의 이미지만으로 만들어내죠. 필름을 보고 첫 느낌을 즉흥적으로 연주해요. 그렇게 전체 분위기를 잡은 후, 감독과 상의하면서 곡의 세부적인 부분을 완성하죠.”

“언제 음악이 나오고 들어갔는지 관객이 모른다면 그게 가장 좋은 영화음악이에요. 음악이 숨을 때와 나올 때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라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 작곡가는 「시네마 천국」과 「미션」 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엔리오 모리꼬네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려면 자신만의 색채가 있어야 해요.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그렇죠. 저도 저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작업했던 영화인 「올드보이」와 「실미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올드보이」나 「실미도」나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실미도」는 너무 감동 받아서 울면서 작곡했을 정도예요”라 말했다. “「올드보이」는 전반적으로 모든게 과도한 영화예요. 음악도 마찬가지로 빈틈없고 과하게 몰아붙이죠. 게다가 ‘우진(유지태)’의 테마는 음악 자체로 감상해도 좋을 멜로디를 지닌 곡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기억해주세요.”

하지만 그는 사실 「실미도」의 음악에 더 애착이 간다고 한다. 「실미도」는 체코의 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영국의 에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는 등 음악에 투자를 많이 한 작품이다. 영상의 순간 순간에 음악을 맞추었지만 모든 곡을 단조로 작곡하는 등 음악의 통일성에도 신경을 썼다고 밝힌 그는 ‘실미도’의 곡 중 ‘1971년 8월 23일’이라는 곡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다.

“모든 예술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졸업까지 2학기가 남았으니 졸업부터 하고 난 후, 혼자 즐기기보다는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예술론을 밝힌 그의 모습이 당차 보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