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다가온 공포의 계절
공포체험, 공포전시, 예술제 열려
더위를 식혀줄 이색 공포체험 어때요

그래픽: 김지우 기자, 유다예 기자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귀신체험=‘가평 귀곡산장’으로 가는 길. 해가 저물고 숲에 어둠의 냉기가 차곡히 쌓이면, 음산한 기운과 함께 정체 모를 귀곡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짙은 어둠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면서 들려오는 저 멀리 외마디 비명. 이 비명소리에 세포 곳곳에 잠들어 있던 육감이 번쩍 눈을 뜬다. 한껏 긴장한 방문객이 출출해진 배를 달래러 찾아간 음식점에선 귀신들이 바삐 요리를 만들고 서빙을 한다. 방문객 역시 원하면 귀신분장을 해 다른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가평 ‘귀곡산장’ 홈페이지(www.guigok.net)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화암동굴에서도 귀신들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920년대 ‘천포광산 개발’ 당시 불의의 사고로 숨진 광부와 가족들이 화암동굴을 찾는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정선군 시설관리공단에서는 다음달 16일까지 ‘야간동굴공포체험’을 개장한다. 화암동굴 내 천포광산 개발 당시 현장을 재현해 놓은 화암동굴에서 달랑 손전등 하나만으로 동굴을 탐험해야 하는 ‘화암동굴 공포체험’은 담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선군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www.jsimc.or.kr)나 당일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 동굴 공포체험과 함께 주차장에는 ‘임종체험’이 마련돼 있다. 영정사진 찍기, 유서 쓰기, 입관 체험 순으로 이뤄지는 ‘임종체험’을 통해 경험하는 죽음의 순간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리얼하게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이런 귀신체험은 어떨까? 이름 하여 ‘흉가체험’.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흉가체험’카페(cafe.daum.net/hyunggabest) 회원들은 불운한 사연이나 불가사의한 일들로 인해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흉가가 된 곳을 찾아다닌다. 퇴마사와 일반인들로 구성된 10명 정도의 회원들은 밤 12시가 되면 한명씩 조그만 플래시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나온다. 실제로 카메라에 귀신이 포착되기도 하고 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빙의가 된다고도 하니 소름끼치지 않을 수 없다. 다음달 1일에는 경북 영덕에 있는 흉가들을 체험할 계획이다. 이 진정한 공포체험에 도전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것. 단, 사이비 종교를 가진 사람은 거절한다 하니 알아두길.

◇공포의 재발견, 예술 영화제=서슬 퍼런 그녀가 돌아왔다! 한국 공포영화를 이끌어 온 한 많고 사연 많은 한국 여귀. 이번 여름 한국 공포영화 속 여귀의 40년 역사를 한 자리에서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달 31일까지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선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여귀재래 : 월하에서 여고까지’ 기획전이 열린다. 이번 기획에선 지금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1960년대 공포영화 「목 없는 미녀」와 원한을 품고 죽은 여귀의 피맺힌 복수극이 벌어지는 「월하의 공동묘지-기생월향지묘」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귀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목두기 비디오」(2003)와 공포장르의 불모지였던 독립애니메이션계에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지옥 : 두 개의 삶」(2006)과 같은 실험적 공포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공포영화 팬들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좀 더 다양한 호러를 만나고 싶다면 이번에는 대구로 가보자. 대구엔 동서양의 모든 귀신이 모인 대구호러공연예술제가 준비돼 있다. 관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호러음악제, 호러뮤지컬, 호러연극, 호러마술까지 ‘호러’라는 단어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술제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호러분장경연대회에서는 손을 잡고 간 연인이 드라큘라로 변하거나 함께 공연을 즐기던 이들이 공연이 끝난 후 피를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귀신이 관객이 되고 관객이 귀신이 돼  함께 즐긴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대구호러공연예술제는 대구스타디움 시민광장에서 오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호러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미술을 통해 마주하는 공포의 오브제=낭자한 피와 한 맺힌 귀신은 현대인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닌지 오래다.  갤러리 도어가 기획해 오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9일간 열리는 ‘공포숲’ 전시에는 ‘진짜’ 무서운 것들이 모여 있다. 이 전시는 인간 내면의 잔인성과 소외감 등 현대인에게 더 치명적인 공포의 대상들이 모여 ‘공포의 숲’을 이루고 있다. 잔혹하게 조각난 아기의 신체를 차가운 금속의 선이 휘감은 설치작품과 텅 빈 버스에 널려져 있는 인간의 가죽, 뼈가 담긴 캔버스 작품은 잔인한 인간 소외의 현장을 보여준다. 공포심리를 극적으로 자극하는 작품들은 2차원의 평면을 뚫고 하나의 숲을 이뤄 밤이 되면 찾아오는 공포를 그로테스크한 터치로 표현해내고 있다. 공포 마니아들을 위한 이 전시는 파티형식의 새로운 전시로 여름의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새로운 공포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서울 시립미술관에선 우리 시대의 괴물을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준비한 ‘괴물시대’전은 다음달 30일까지 열린다. 살갗 아래 피를 드러내며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이 담긴 작품과 포효하는 생물체의 입과 인간의 입이 들고 있는 괴기스런 총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 등은 우리 역사의 어두운 측면과 인간 본성에 드리워진 광기의 괴물이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괴물시대’는 작가들에 의해 탄생한 창조물이며 기괴한 생명체인 괴물을 통해 우리의 삶과 시대를 조망한다.

◇방콕족들을 위한 공포는 없나요?=방콕족의 주요 매체인 컴퓨터에도 공포가 마련돼 있다. 공포 어드벤처 게임 ‘화이트데이’를 아시는가? 연두고등학교로 전학 온 주인공 희민은 같은 반 친구 소영을 좋아하게 되고 소영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화이트데이 전날 밤, 희민은 소영의 자리에 선물을 놓고 돌아가려 하지만 학교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희민이 학교에서 돌아다니는 귀신들을 물리치고 탈출하면 성공! 마침 이달  말부터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된 모바일 버전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이 정식 출시된다 하니 공포게임의 묘미를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공포게임의 진수를 보여줘 기네스북에 오른 ‘호텔626’은 정밀하게 묘사된 폐허의 호텔과 3D 좀비들의 출현으로 현장감이 넘친다. 잠에서 깬 주인공은 방에서 좀비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물리치면 레벨 업! 좀비들을 공략했을 때 그들이 지르는 괴성과 표정들은 오싹하기 그지없다. 컴퓨터에 웹캠이 연결돼 있다면 게임하고 있을 때의 놀라는 순간 표정이 찍혀 전 세계로 공개되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좀비가 활기를 띠는 시간인 저녁 6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만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낮에는 할 수 없냐고? 컴퓨터 시계를 돌려놓으면 24시간 O.K.

한편 공포 자료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귀신소굴-미스테리를 찾는 사람들’(www.dkbilbo.com)에서는 다양한 귀신 사진과 동영상과 개인이 겪은 귀신경험담 그리고 괴소문들이 올려져 있어 불가사의한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외에도 공포소설, 공포 경험담을 공유하는 ‘잔혹소녀의 공포체험’(cafe.daum.net/nde1)과 공포영화를 즐기기에 참고가 되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arborday.egloos.com)’도 있다.

“마음이 재촉하고 이성이 허용하는데도 모험을 두려워하는 자는 겁쟁이요, 자기 의도에서 멀리 벗어나 모험하는 자는 노예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한 말이다. 그가 이 말을 한 말의 의도야 어떻든 간에, 공포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요구되는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이번 방학, 무더운 여름을 이기기 위해 공포체험을 즐기고 싶은 사람 모두 공포를 즐기되 공포에 잡혀먹히지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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