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엄융의 교수
의대 의학과

“뭔가 마무리되지만 연구실과 후학들을 떠날 생각에 시원섭섭하다. 갑자기 남는 시간이 생겨 적응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며 정년소감을 담담히 밝히는 엄융의 교수에게 제자들이란 제자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의대에 와인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와인을 즐기기도 하고 전국유람도 함께 했다.

이처럼 엄 교수가 제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값진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배움의 근원은 다양하다’는 학문에 대한 신념 덕분이다. 그는 “우물을 깊게 파려면 우선 넓게 파야 한다”며 “전공의 틀에 갇혀서는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없다”고 조언했다.

당시 정부의 지원과 기존 연구 성과가 전무했던 기초의학 생리학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엄 교수.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난관 앞에 좌절도 있었다. 그때마다 연구에 가장 힘이 된 것은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자유로운 그의 의지였다. 그래서 그는 “요즘 학생들은 정적인 틀 안에 자신의 가능성을 너무 가둔다”며 “젊은 시절의 실패도 인생의 귀중한 밑거름이란 사실을 잊지 말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서울대인이 되기 바란다”고 후학들에게 당부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 기종까지도 훤히 꿰뚫을 정도로 음악·미술·사진 등 예술 분야에도 식견이 높은 엄 교수. 그의 얼굴이 생기 넘치는 비결은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는 “와인에 관한 책을 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미 많은 책이 나와 마음을 접었다”며 “다음에 와인 한 잔 같이 하자”는 끝인사와 함께 미소 지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