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박순찬 화백 인터뷰

박순찬 화백 
「경향신문」 네 컷 만평 ‘장도리’에서 권력의 부조리한 행태를  짚어줘 답답한 대중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는 박순찬 화백(사진). 1995년 26세라는 나이로 경향신문 최연소 화백이 된 박순찬 화백은 아직도 시사만화가들 사이에선 막내로 통한다. 네 컷 만평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작년 전국 시사만화작가협회가 수여하는 ‘2008년 올해의 시사만화상’의 첫 수상자로 뽑힌 박순찬 화백. 그는“네 컷 만평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마지막 컷입니다. 반전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독자들에게 메시지와 웃음을 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게 잘 안되면 썰렁해지는 역효과가 생깁니다”라며 첫 운을 뗀다. 

“자유로운 풍자를 하기엔 씁쓸한 현실”

저 멀리 독도가 보이고 서민들은 열렬히 태극기를 휘날리며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외치고 있다. 다음 컷에선 독도보다 몇 배 큰 대한민국의 ‘나머지’땅이 보이고 그곳에서 ‘내땅이야 내땅’이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상위 1% 재벌. 이 작품(그림①)으로 ‘2008년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탄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의 모순된 모습을 꼬집고 싶었단다. “땅의 의미를 다른 차원으로 생각해 봤죠. 온 국민들이 나서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열렬히 외치고 있는데 반해 정작 대한민국의 땅은 국민이 아닌 상위 1%, 소위 재벌들이 다 소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만화가 풍자하는 현실은 먼 얘기가 아니라 시사만화가들이 피부로 접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사업체인 신문사는 광고에 의존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광고 기업체를 다루는 만화는 어느 정도 재제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이 몇몇 재벌에 종속돼 있고, 또 그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모순된 현실에 익숙해져 있죠. 시사만화가의 역할은 이에 한 발짝 떨어져 그 안에 감춰진 진짜 모습을 들춰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재벌들을 비판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에요. 광고가 있어야 신문사가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즘 정치권력을 풍자해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않으냐 하는 물음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던 것. 자신의 만평이 사랑받을수록 되려 걱정이 되기도 한단다. “요즘 시사만화의 주요 소재로 대부분 정치 얘기, 대통령 얘기가 다뤄지고 있고 독자들도 그를 통해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쪽 소재가 많아졌다고도 생각하고요. 특히 작품 ‘역사의 라이벌’(그림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장밋빛 공약과 전망이 허경영의 황당무계한 소리의 무책임함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고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기분 좋았죠. 하지만 여러 가지 방면으로 다양화된 사회에서 정치 얘기만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시사만화가 과거 독재 시절처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써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죠.”

그림 1. 2008년 7월 26일자

그림 2. 2009년 8월 1일자

“이제 시사만화도 변화를 꾀할 때”

요즘 시사만화를 찾아볼 수 있는 건 중앙일간지 정도일 뿐이다. 예전 군사독재 시절의 시사만화의 위상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네 컷 만화는 한 컷 만화에 비해 더욱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현상이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이다. “저는 오히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독재 시절에는 기사로 다룰 수 없는 부분들을 시사만화들이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었지만 민주화가 진행되고 명확하게 싸워야   될 존재들이 없어졌습니다. 시사만화의 역할과 인기가 줄어든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라며 덤덤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이대로 시사만화가 없어져도 된다는 말일까. 특히 네 컷 만화는 작가들이 은퇴를 하는 것에 반해 그 자리를 채워주는 신진 작가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신문사에서도 네 컷 만화가를 뽑으려고 해도 작가군이 없어 실패하는 판에 시사만화가로서 위기감이 들지는 않을지. “네 컷 만화, 한 컷 만화 모두 뭔가 대책을 모색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작가들이 새로운 풍자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돌파구라고 생각해요. 시대가 바뀌면서 다루는 기사, 사설, 칼럼 스타일 등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시사만화도 예외가 아니겠죠. 요즘은 인터넷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직설적이고 강력한 표현을 하고 있는데 시사만화는 심층적 분석과 무게감  등을 고려해 좀 더 차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5년 동안 시사만화와 함께 살아온 그는 여전히 시사만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기사에서는 상상도 못할 반전과 촌철살인의 표현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기 때문이란다. 앞으로도 시사만화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펜을 들고 세상과 소통하며 우리들이 사는 사회의 참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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