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사회 키울 토양 비옥한 한국
보수정권의 장기집권 가능성 커
일본 민주당 압승 귀감 삼아
구체적 대안 정책 마련 힘써야

김의연 편집장
두 민주당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민주당과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민주당이 그것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배출. 반세기만의 정권교체. 가히 새 역사다. 동시에 한 시대의 종언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시장원리주의·강경외교로 대표되는 시대에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바다 건너 동명이당(同名異黨)의 승리에 한국 민주당은 이렇게 기뻐했다. “30개월 후 한국(총선)에서 일어날 일이 먼저 일어난 것 같다.”

그러나 기뻐할 이유는 없다. 30개월 뒤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정권교체는 요원하다.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는데 현 정권 지지율은 상한가를 친다. 왜일까. 정권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 아닐까. 편향적 보수주의 이념을 주입하려던 이들이 ‘통합·중도·서민’을 줄기차게 내세운다. 진실성은 못 미더우나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고, 실체의 진위를 떠나 시대적 흐름에 맞는다. 말 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서거와 김대중 서거를 대할 때가 달라졌고, 지난주 이뤄진 인사는 강부자 내각과 비교해 상전벽해다. ‘광우병’ 논란을 되돌아 볼 때 ‘친서민’ 논란은 감사하다.

정권이 학습능력을 갖추고 지지를 받는 것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우려되는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정권의 장기집권 가능성이다. 우익사회를 키울 토양은 비옥하다. 한국사회에는 규제 완화가 성장을, 시장원리주의가 발전을 촉진한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신자유주의 수용과 토건국가 지향은 일본을 능가한다. 일본의 ‘55년 체제’가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에서 완전히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선거와 정당 간 경쟁에서 확립된 것에서 볼 때, 한국은 일본보다도 강고한 극우체제의 출발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현 정권이 총력을 다해 통과시킨 미디어법으로 장기 집권을 위한 토대까지 닦였다.

시대적 소명이 바뀌고 보수정권의 장기집권 가능성은 커지는데 주역이 돼야 할 민주당의 모습은 어떤가. 탈이념·중도실용으로 나가겠다던 ‘뉴민주당 플랜’은 간데없고 과거를 향해 내달리는 중이다. 당사에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모습은 차라리 초현실적이다. 두 고인의 유산에 기생한 오합지중, 반대와 투쟁만 외치는 고집불통이 민주당의 자화상이다. 이런 그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제대로일 리 없다. ‘부자 대 서민’이라는 대결 구도는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정권에 반대하는 것이 진보라 여기는 것은 시대착오다. 철학도 비전도 없는 민주당. 한국 제1야당의 실상이 이러하다.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것은 현 정권 이전에 자신의 기득권주의, 유훈 통치다. 매몰된 이념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 민주당 압승에 기뻐하다니. 자신들을 되돌아 보라. 후안무치다.

일본 민주당 압승의 이유로 생활정치·매니페스토가 꼽힌다. 일본 민주당은 정책을 갈고 닦아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연간 출산장려를 위한 보조금 31만2000엔(420만원) 지급, 공립고교생 무상교육, 연간 7만엔 이상의 최저보장연금 지급 등의 공약은 경제 위기로 불안한 일본 국민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국민은 비전을 봤고 표를 던졌다.

이런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충당할 재정이 없다는 현실적 비판이 나온다. 한국 민주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대목이다. 구체적 대안을 현실로 이뤄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된, 일본의 민주당을 넘어선 대안정책 정당. 그것이 이 새로운 시대적 소명의 책임을 맡고 있는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다. 하염없이 두 고인의 사진을 쳐다볼 때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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