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G 상상마당 김노암 전시감독

KT&G가 운영하는 KT&G 상상마당은 신진작가 위주의 기획전과 단편 독립영화제, 인디밴드 공연 등의 다양한 기획을 통해 문화계와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로 개관 2주년인 상상마당이 성공적인 문화공간의 사례로 주목받게 된 데 는 상상마당의 전시감독 김노암씨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그는 상상마당의 전시감독이자, 신진작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休)의 대표기도 하다. 그를 만나 최근 늘어나는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견해와 문화공간들이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최근 복합문화공간, 대안공간과 같은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공간들이 증가하는 이유와 대중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20세기 현대예술에선 작품을 다양한 형식과 장르를 통해 ‘복합’적으로 다루게 돼 이를 수용하는 문화공간 역시 ‘복합성’을 갖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하나의 예술 형식에 천착해 예술을 감상하던 전통적 예술 감상의 태도에서 나아가 예술의 다양한 표현방식들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갖게 됐다.

 문화계 일각에선 복합문화공간이나 대안공간의 증가를 통해 전시 공간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이에 대해 실제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은 예술을 통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기업 중심으로 생겨나는 문화공간들은 기업의 특성상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가 있는 전시보다 기업 홍보 전시가 열리고, 상업 영화를 상영하는 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공간 설립과 운영을 국가나 각 지자체들이 맡아 문화공간의 컨텐츠를 다양화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문화공간의 질적 향상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문화공간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고 했는데 정부나 각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아트센터나 문화공간들은 기업의 문화공간에 비해 대중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공간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가?

정부는 기업과 달리 수익성에 집중하지 않고 문화 자체의 예술적 가치에 주목할 수 있다.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은 양질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그저 문화공간을 세워 생색내기에 급급한 실정으로 예술을 통한 공공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가 설립하는 아트센터, 갤러리 등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내부 시스템이나 컨텐츠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의 아트센터는 신진작가 전시나 실험적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보다는 유명 작가의 전시를 열거나 주민들의 문화교육만을 지원하는 정도이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가 설립한 공간이 대학이나 전문기관을 통해 배출된 문화관련 전문 인력들을 흡수하지 않고 소수의 인력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문화공간을 유지하려다보니 전시의 질이나 컨텐츠의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복합문화공간, 대안공간들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간들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복합문화공간이라면 예술과 기술의 만남, 커뮤니케이션 아트 등과 같이 각 장르가 크로스 오버 되는 동시에 각 공간을 대표하는 경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복합, 대안 등과 같은 이름의 함정에 빠져 자칫 공간의 성격이 모호해지지 않도록 예술 컨텐츠 자체의 성격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복합문화공간이나 대안공간과 같은 문화공간을 향유하는 대중들이 가져야할 의식과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대중들의 문화적 안목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문화를 즐기는 태도 역시 변화하고 있다.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들은 점차 더 현명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문화를 바라봐야 하며 문화공간에 대해서도 냉철한 비판의식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시민 예술가의 등장 등 최근 예술 수용자들이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와 같은 적극적인 예술대중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이 발전하고 문화공간들도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