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A 규장각 기록문화 특별전]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다. 인류가 축적해 온 기록은 과거를 살아간 이들의 흔적이고 현재를 사는 이들의 과업이다. 물질화된 기억의 더미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과거를 더듬는 설렘을 선사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의 기록은 하나의 예술로 도약하면서  새로운 기록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는 10월 29일(목)까지 MoA 미술관과 규장각이 기록문화특별전『Tradition and Present』을 연다. 기록문화의 과거와 현대를 주제로 MoA 미술관은 현재의 예술작품을, 규장각은 과거의 고문헌을 소재로 다룬다.

규장각에서는 지난 2007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시대 의궤의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국왕의 장례, 국장을 소개한다. 모든 국민이 근신하면서 경건히 치러야 하는 엄숙한 의식이었던 만큼 의궤에 기록된 국장의 전 단계에서 국왕의 위엄을 나타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왕의 관을 산릉까지 이동하는 장대한 운구 행렬부터 그곳에 쓰인 깃발이나 가마, 여러 부장물들에 이르기까지 화려함과 당당함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또 국왕의 승하 이후 시신을 씻고 이불로 싸는 과정, 왕실 가족과 신하들의 상복제도, 제사를 올릴 때 쓰이는 상차림도 세세하게 의궤에 담겨 있다. 규장각 김기석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국장을 소개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선조들이 후세에게 남기기 위해 어떤 식으로 기록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국장에 참여한 하급 장인의 이름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 의궤를 통해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미술관에서는 기록의 현대적 의미를 표현한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창근 작가의 「Portrait Ⅵ -bit:dot」 작품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모니터 앞에 선 관객의 모습이 즉각 컴퓨터로 기록되는 일종의 실시간 영상 초상화이다. 이 작품은 컴퓨터라는 기록매체의 등장으로 즉각적 기록이 가능해졌으나 그 이미지는 결국 컴퓨터의 일시적 연산 작용일 뿐임을 보여준다. MoA 미술관의 1차 설계안을 재현해 낸 설치물 「MoA out of MoA」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 할 뻔했던 기록을 구체적 사물로 구현했다. 많은 이들이 상상하고 계획했던 1차 건축 설계안이 작품이 되면서 실재와 과거의 기억이 공존하는 미술관 건축물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 된 것이다. MoA 미술관의 이진이 학예연구사는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기록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뒤집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문헌과 현대 예술을 통해 변화무쌍하게 만나는 기록문화가 새롭게 느껴진다. 장르를 넘나드는 기록문화의 변신을 느껴보자.

<문의: 서울대 미술관(880-9504)>

사진: 서울대미술관 Mo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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