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한국행정학회 국정포럼합의 보다는 위기 관리 능력, 국민 설득, 비전 제시 등을 더욱 중요시 해국민에게 정부 의존적 인식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

최근 20년(1987년~2007년) 동안 진행된 민주화 시기의 국정운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많은 공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 한국사회의 실정이다. 지난달 29일 한국행정학회에서 주최한 ‘민주화 시기의 국정운영평가’포럼은 과거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현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 주장의 근저에는 어느 한 쪽의 시각만을 반영하는 내용이 자리 잡고 있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국정운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자들이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는(Fact-finding) 작업을 통해 그 공과 과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포럼이 추진됐다.

이 포럼은 정치와 행정 분야, 경제와 복지 분야, 사회와 교육과 노동 분야, 경찰과 공안 분야, 안보와 통일 분야 등 크게 5개의 정책분야별로 주제가 선정돼 약 20여개의 논문이 발표되고 토의됐다. 이 포럼은 발표자와 사회자 및 토론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이 가능하고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 입장이 토론될 수 있도록 구성해 보수와 진보의 시각에 따른 평가가 서로 상반되게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 필자가 특히 흥미로웠던 발제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현우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역대 4명의 대통령(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리더십에 대한 흥미있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의 합의를 존중하는 대통령 리더십보다는 국민보다 앞서 나가면서 이끌어갈 수 있는 대통령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위기관리능력, 국민설득, 신뢰성, 비전제시 등의 요소들을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기관리능력 요인의  회귀계수 값이 모두 유의하고 값의 크기가 다른 변수의 1.5배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국민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는지의 평가요인은 음의 값을 갖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점은 대통령의 반응성이라는 중요한 요인을 국민들은 여론에 휘둘리는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 교수는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국회와의 협조 역시 대통령의 리더십 평가에 중요한 요인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합의를 중시하는 스타일보다는 추진력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적극적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임을 말하고 있다. 이는 레윈(Lewin)이 분류한 리더십 스타일인 권위적(Autocratic), 민주적(Democratic) 그리고 자유방임적(Laissez-Faire) 스타일 중 아직도 권위적 스타일에 상대적으로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국민이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에 복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어서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국가의 국민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그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가발전과정이 정부주도로 수행됐고 민간은 정부에 이끌려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정부의존적인 인식이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아직도 우리 국민이 선진국 수준의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더 선진화된 의식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포럼을 참관한 종합적인 느낌을 밝히면 모처럼 학자들이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토론의 장을 가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포럼이었다는 것과 앞으로 이런 열린토론의 장이 계속된다면 긍정과 부정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미래가 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발표된 내용 중에는 따끔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었는데 이러한 질책이 급변하는 국제적 환경에서 바로바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 당국에게 다양한 시각과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 민주화시기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제시한 현 정부에 대한 긍정적 지지와 이에 따른 건의사항들은 해당 정부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정책화하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포럼을 주최한 한국행정학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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