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에 내린 폭설은 우리나라에서 3월에 내린 눈으로는 백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때 아닌 봄눈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눈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고속도로에 갇혀 밤을 지새우거나, 비닐하우스가 폭설로 무너지거나, 출퇴근길에 고생을 한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라서 폭설로 버스가 끊겨서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집에 가야만 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단지 폭설이 예기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에 더욱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언론이 정부의 대응부족을 지적했고, 결국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까지 했다.

이렇게 나라가 폭설 피해와 향후 대책 모색으로 들끓는 가운데, 3월 8일자 『대학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놀람이 어이없음으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봄눈 내리던 날’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 때문이었다. 그 기사는 이번 폭설을 마치 축제처럼 묘사했다. ‘눈 내린 3월 아침에’라는 시에, 눈과 조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정문의 모습, 버들골로 스키를 타러 나온 스키부 부원들, 도서관 앞에서 스노보드를 타는 학생들 모습이 신문 한 면 가득 실려 있었다.

물론 3월에 내린 눈에 신기하고 즐거운 마음이 들 수 있고 신문에 그런 내용을 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균형은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폭설로 인해 누구는 고속도로에 갇혀 밤새 벌벌 떨고, 농가는 피해로 망연자실해 있는데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즐거워하는 모습만 부각하다니? 이는 마치 물난리가 났는데 피해상황은 외면하고 물놀이 하는 사람들만 보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신문사의 사정으로 폭설로 인한 문제점을 보도할 수 없었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다음 호에라도 기사를 실어주기를 바란다. 분명한 사실은 그날 즐거웠던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최지훈 환경대학원·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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