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원 포인트 개헌

당시 불안정한 국내정세에 일방적 개헌의지 피력으로 실패

대한민국의 헌법은 1987년 제정된 이후 주요 정당과 사회 각계의 전문가들로부터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역대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이회창 후보 등이 대선공약으로 개헌안을 내놨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으로 다뤄졌다. 2009년 수많은 문제점에도 22년을 장수한 대한민국의 헌법은 지난 2007년 개헌논의가 제기된 이후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원 포인트 개헌의 실패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했다. 원 포인트 개헌은 대통령제 한 가지 사항만 수정하는 것으로 역대 개헌이 여러 헌법조문을 수정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당시 청와대는 ‘개헌관련설명자료’에서 개헌안을 1987년 체제의 극복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의 효율성·책임성·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개헌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2007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로 한미FTA 체결, 레임덕 등으로 국내정세가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당시 국민 여론을 비롯해 사회 각계는 개헌시기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1987년에 개정된 헌법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아 불완전하게 처리됐기 때문에 개헌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성명을 내 “참여정부의 개헌논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다양한 의견 제시 후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며 개헌논의 자체를 일축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역시 개헌의 쟁점과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를 통해 차분히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이유로 개헌을 반대했다. 또 개헌이 현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를 극복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닌 대통령의 능력에 따른 것으로 여긴 것이다. 결국 여야 정치권은 대선을 앞둔 17대 국회 말에 개헌추진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 18대 국회에서 ‘원 포인트 개헌안’ 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원 포인트 개헌 vs 2009 개헌

과거 여야 합의 결렬,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화 등 시국이 불안정했던 상황과 대조적으로 2009년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의 의지가 어우러져 개헌을 논의할 시기로 적합하다. 또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현 5년 단임제하의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난 것도 개헌 논의가 무르익는 한 원인이다. 민주노동당 지혜용 정책연구원은 “2009년은 신영철 대법관 재판개입, 노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국민 모두가 대통령제 하에서는 권력집중에 따른 부정부패와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했다”며 “당장은 여야의 합의와 조정을 통해 구체적인 개헌안을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연말까지 꾸준히 개헌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참여정부가 개헌에 대한 의견수렴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인 개헌의지를 피력했던 것과 달리 18대 국회는 헌법 개정을 위해 미래한국헌법연구위원회(연구위)를 구성했다. 연구위는 180여명의 여야를 비롯한 각 정당의원들로 구성돼 개헌논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 31일 법조계 인사들로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기구 헌법자문위원회는 대통령제 개헌안에 대한 1년 동안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지난 2007년과 다르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개헌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처럼 개헌논의는 절정에 다다랐지만 의견수렴과 제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충남대학교 법학부 명재진 교수는 “과거 참여정부에서 개헌 논의에 실패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 여론을 비롯한 시민단체, 정부, 국회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2007년의 원 포인트 개헌이 실패한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개헌 논의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상황에 있어서도 2007년과는 상황이 달라보인다. 1987년 헌법에서 보였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성급히 서두르거나 졸속처리하기보다 먼 훗날을 내다보는 개헌 논의가 진전되기를 국민 모두가 바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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