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인생의 활로를 모색하는 방학 중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사회과학자들이 쓴 『미지의 민주주의』와 『지속 가능한 한국 발전 모델과 성장 동력』(지속 발전)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라 불리는 최근의 정치·경제·사회의 위기를 성찰하며 한국 사회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1990년대 등장한 ‘지속 가능한 발전’ 담론은 여러 분야에서 입맛에 따라 끌어다 쓰거나 기업 발전 전략의 수사(修辭)로 쓰여 왔다. 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에 대한 구체적 모델을 제시하는 『지속 발전』은 이러한 이전 논의들과는 그 깊이가 다르다.

임현진 교수(사회학과)는 「21세기 한국의 발전 모델 탐색」에서 한국의 발전 방향으로 소강국(小康國) 모델과 강중국(强中國) 모델을 접목한 ‘소강 강중국’ 모델을 제시한다. ‘소강’은 물질적인 발전을 넘어 환경과 인성을 강조하는 발전 전략이다. 프랑스와 독일로 대표되는 ‘강중국’은 인구가 5천만~1억명 사이로 세계 패권국은 아니더라도 지역 강국의 면모를 지니는 나라다. 이들은 노키아의 핀란드처럼 소수정예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강소국(强小國)과 달리 생명·전자·자동차를 포함하는 다품종으로 승부를 건다.

한국은 어떻게 소강 강중국이 될 수 있을까?  『지속 발전』은 강중국은 전통 제조업 강화로, 소강국은 문화적 역량 강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 구체적인 전략으로 윤영관 교수(외교학과)가 「지속 발전을 위한 에너지 자원 전략」을, 이근 교수(경제학과)가 「자원 절약형 성장 전략과 한국의 주력 제조업」을 제시하고 있다. 박삼옥 교수(지리학과)는 기존 경제공간을 재편해 광역권별 ‘자율적인 창의발전’을 통해 세계화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양승목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새로운 성장동력인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소프트파워를 키워 지식 경제 시대 이후의 체험 경제 시대를 이끌어가는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김상준 경희대 NGO 대학원 교수는 『미지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사회적인 영역에서 신자유주의 이후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의 발전이 끝났다는 ‘역사의 종언’류의 종언 담론에 반발해 ‘미지(未知)’를 내세운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젠간 드러날 미지에 대한 인식을 통해 현실의 정체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미지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성찰성’을 제시하고, 특히 윤리적 성찰의 가능성에 주목해 ‘미지의 윤리’를 제시한다. 미지의 윤리란 현재의 자신을 타자화하는 성찰을 통해 자기 이해(利害)의 굴레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알랭 바디우가 “자신에 대한 초과”라고 표현한 것으로 롤스가 말한 ‘무지의 베일’을 쓴 본원적 입장과도 관련이 깊다.

그는 이렇게 마련된 미지의 윤리로 국가-시장-시민사회가 공공성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계된 ‘시민적 사회’를 구상한다. 이 사회의 핵심은 공공 사안에 대한 ‘성찰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 실천방안으로 저자는 3부에서 ‘시민의회’라는 새로운 헌법기관을 제안한다. 시민의회는 시민 정책 배심원제 같은 심의제와 고대 아테네식 추첨형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심의기구다. 해당 의제와 관련 없는 시민들이 공정하게 공공의 안건을 심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자인 김상준 교수는 “이 책이 젊은 세대가 암울한 현실에서도 미지에 대한 인식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용기와 희망을 찾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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