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에 길이 남을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아인슈타인에 대한 수많은 서적과 일화를 접해 온 대중은 그의 학창시절을 ‘열등생’이란 한 마디로 기억한다. 그러나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은 서문에서 아인슈타인이 오히려 우등생이었으며, 낙제생이란 착각은 처음 그의 전기를 쓴 작가의 실수 때문이었음을 밝혀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대중의 오류와 맹신의 위험을 보여주는 지극히 작은 단면일 뿐이다.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과 『뇌 과학의 함정』이 각각 밝혀주는 대중의 오류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과학적’이라는 말이 ‘논리적’, ‘객관적’, ‘정확한’ 등과 거의 동의어로 취급돼 우리 삶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오늘, 밝히고자 하는 오류의 대상이 다름 아닌 과학이기 때문이다. 방학 중 출간된 이 두 권의 책은 각기 ‘얕고 넓은’, ‘깊고 좁은’ 방식으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선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은 과학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100가지를 이해하기 쉽고 흥미 있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상식을 파기시킨 과학적 사실들이 정말 ‘사실’인지를 묻는다. 또 과학만능주의에 물든 과학 지성계의 오만을 비판하며 과학이 현실 문제를 잠재우기는커녕 가중시킨다는 ‘반전’을 보여준다. 물론 이미 많은 과학 분야 서적이 다뤄온 주제다. 게다가 한 권에 100가지 이야기를 담아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흔히 다뤄온 주제 안에서도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내용이나 인식하지 못했던 점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장점도 만만찮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오류를 ‘얕고 넓게’ 다루는 책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한아름 에디터는 “저자는 유럽 과학계에서 지성적인 성찰로 많은 독자를 거느린 과학 저널리스트”라며 “책을 통해 과학의 절대성에 대한 대중의 맹신을 경고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한편 『뇌 과학의 함정』은 한창 떠오르는 뇌 과학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인간의 사유나 감정은 뇌 안에서 발견되지 않고 ‘뇌-몸-환경’의 삼박자가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가 빨간 신호등을 보고 멈춰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뇌의 단독적 작용이 아니라 그러한 규정이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인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뇌는 마음을 구성하는 일부이지만 결코 전체는 아니다. 그래서 알바 노에는 뇌가 인간의 구성요소일 뿐 본질은 아니라며 “우리는 우리의 뇌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뇌=마음’이라는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뇌 과학 및 신경 과학은 허공에 삽을 뜬 격이다. 마음의 본질은 뇌 밖에 있는데도 뇌 안 만을 연구해왔으니 말이다. 김영주 에디터는 “이 책은 「뉴 사이언티스트」 등 대표적 뇌 과학 저널에서 앞다퉈 리뷰된 화제작”이라며 “인간을 바라보는 자연과학적 관점과 환원주의에서 탈피하려는 지성계의 움직임을 뇌 과학의 범주에서 풀었다”고 책을 소개했다.

진리라는 견고한 바탕 위에 세워진 과학이란 철옹성이 불시에 사상누각으로 추락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잘못 아는 것은 편하지만, 그래도 올바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뇌 과학에 대해 말하자면, “뇌의 비밀을 밝힌다고 해서 인간에 대한 그 어떤 비밀도 완전히 밝혀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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