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개입 아동불법거래 이뤄져 충격
가족법·입양특례법 등 전면적 개정 필요해

 

삽화: 김지우 기자 nabarium@snu.kr

지난 3일(목) 대구에서 한 부부가 인터넷을 통해 신생아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부는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팔았고 브로커는 값을 매겼다. 하루 만에 부모가 3차례나 바뀐 아이는 465만원을 지불한 부모에게 낙찰됐다. 세상의 빛을 본지 채 4일도 안된 새 생명은 고작 몇 백만원의 가치가 매겨져 물건 팔리듯 이리저리 세상을 떠돌았다.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는 아동매매사건이 발생하자 입양특례법 개정 TF팀을 운영하는 등 관련법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가족지원과 류재덕 사무관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의뢰해 해당거래가 발생한 사이트를 폐쇄하고 관련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어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11월 경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생아 불법매매 사건은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가족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일어났다. 가족법에 따르면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부모나 친족을 포함한 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출생신고는 강제 규정이 아니기에 아이의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문에 현행 법에서는 불법거래나 매매를 통해 아이를 구하기만 하면 누구든 부모가 될 수 있다. 현재 아이를 가정에서 낳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가정출산으로 속이고 2인의 증인만 확보하면 누구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제도에서는 신고가 미뤄져 오랫동안 방치된 아이의 경우에도 확인절차 없이 과태료만 내면 기간에 상관없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이처럼 출생신고제 및 입양제도는 수십 년째 허점이 지적됐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아동불법거래·입양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대책이 없는 현실이다.

입양특례법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입양특례법 제7조에 따르면 “양친이 될 자가 양자로 될 자의 후견인과 신고를 해야 입양이 성립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양단체와 보호기관에서는 입양아를 출생신고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입양아를 출생신고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입양절차의 복잡함과 까다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사무국장은 “입양부모들은 입양신고를 하면 입양아라는 기록이 남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입양신고를 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입양기관은 입양제도를 잘 모르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입양아 출생신고를 장려해 입양부모 80% 이상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위법적인 출생신고가 발생해도 입양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은 채 눈 감아 주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입양특례법은 입양부모가 입양아를 출생신고 하는 것이 위법이라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단속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익중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아동 매매사건이 암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안일한 대처로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경제, 여성, 북한문제에는 열을 올리지만 아동·청소년 문제는 우선순위에 밀려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아동문제 정책이 논의의 대상에서 배제된 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중에도 정작 아동·청소년을 대변할 세력이나 단체는 전무한 것도 불법입양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처럼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인이 출생등록을 하도록 출생등록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인의 출생등록 절차가 의무화되면 모든 아동을 파악할 수 있어 아동 불법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권리 대변기구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정익중 교수는 “아동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기에 아동을 대변할 기구가 조직돼 아동 관련 이슈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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