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

존 베로 지음
최승언 옮김
사이언스북스
223쪽 / 1만3천원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아름다우며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좀더 아름답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다.” 17세기 덴마크 과학자 니콜라우스 스테노는 우주에 대한 동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대 우주론의 고전인 존 베로의 『우주의 기원』은 막연히 아름답다고 느꼈던 우주에 좀더 체계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집대성한 책이다. 

영국 그레셤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전공인 천문학과 기하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명쾌한 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20여권의 책을 출간하고 4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며 로커 천문학상, 왕립 글래스고 철학회 캘빈 메달 등을 수상한 현대 우주론 학계의 거장이다.

우주론 연구의 최대 난점은 빅뱅과 같은 우주 탄생 및 형성 과정을 반복[]재현할 수 있는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저자는 우주론 연구를 탐정의 추리과정에 빗댄다. 탐정이 범죄현장의 실마리를 통해 전체 사건을 추리하듯 과학자들은 자연법칙에 근사(近似)한 가정에서 시작해 사유를 통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간다는 것이다. 각 장 도입부에 인용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구절은 저자의 이러한 의도를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우주의 기원을 치밀한 논리 구조를 통해 설명하며 현대 과학의 합리성을 강조한다. 과거 지배 계층은 우주의 기원을 거대한 알이나 세계수(世界樹) 등 신통력의 개입으로 설명하면서 피지배층의 불만을 억누르고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려 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방대한 개별 사실로부터 일관적[]통합적 결론을 도출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독자들이 과학의 방대한 지식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우주 팽창’, ‘웜홀 이론’ 등 현대 우주론의 아이콘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제시한다. 지난 1992년 봄, 우주 배경 복사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관측해 100만년 전 우주의 밀도 상태를 연구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항공우주국(NASA)의 코비(COBE) 위성에 대한 설명에도 지면을 할애했다. 우주론 연구자들은 우주 초창기에 형성된 복사가 당시 밀도에 따라 온도가 달랐다는 코비 위성의 관측 기록을 토대로 은하 형성 이전의 물질 분포 연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신간 과학도서들에 비해서도 여전히 비교우위를 지닌다. 역자는 서문에서 재출간 의도를 “정보는 체계적으로 조직돼야만 지식”이라며 “이 책은 현대 우주론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며 수많은 우주 이론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식과 과학이론에 질색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도표를 제시하고 간단한 도형을 통한 비유로 설명한 것은 저자의  세심한 배려다.

독자는 책을 통해 우주의 기원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만 우주는 여전히 아름다운 채로 남아있다. 우리에게 우주는 여전히 알지 못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주론에 대한 입문서 격인 『우주의 기원』에 매료된 독자라면 이번엔 빅뱅 이론에 더 집중하는 『우주의 기원 빅뱅』(사이먼 싱 저)을 일독해보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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