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동 한센병원 NIMBY 현상]

대방동 주민들 한센병원 반대…
뿌리깊게 박힌 한센인에 대한 편견

삽화: 김지우 기자 nabarium@snu.kr

지난해 한국한센복지협회(한센협회)는 상도동 서울지부를 대방동으로 이전하려했다. 그러나 대방동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한센협회 이전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센병환자에 대한 일반시민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지난해 1월 자체 예산과 정부지원으로 대방동 건물을 매입한 한센협회는 여태껏 상도동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방동에 한센병원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한센병원입주반대위원회를 구성해 4천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 또 동작구청·교육청에 진정서를 내는 등 한센병원 입주를 반대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대방동의 한 주민은 “현재도 한센병 병력자로 분류돼 관리대상이 된 사람중 동작구거주자가 13명이나 된다”며 “예정된 설립지 인근에는 교육시설을 비롯해 상관도 형성돼 있는 만큼 시설을 이용하려는 한센인들이 늘게되면 지역주민들의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한나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서조차 한셍병의 재발을 의심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한센협회를 믿을 수 있겠냐”며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생활권 위협을 외면한 채 여론은 도덕적 잣대로만 지역주민들을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반대 시위 및 집회비용으로 일정금액을 부담하면서까지 한센병원 설립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한센협회는 지역주민과 타협점을 도출하기 위해 한센병 교육·홍보 활동뿐만 아니라 복지시설 제공과 철저한 환자 관리등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한센협회는 대방동 건물의 일부를 할애해 주민들이 원하는 복지시설을 제공하고 전염 가능성이 전혀 없는 환자만을 수용해 주민들의 우려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한센협회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IMBY)현상인지 아니면 일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주민들과의 대화는 계속 될 것이며 주민들도 협회 측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한센협회의 설득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왜 굳이 학교에 인접해 있고 대로변에 있어 훤히 드러나는 곳에 한센병원을 이전시키려는지 모르겠다”며 한센협회의 절충안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한센협회 역시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족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피부과병원을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해 협회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물러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센병원측은 “한센병이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나온 상태”라며 “주민들의 염려를 반영해 철저한 관리를 통해 전염 가능성을 소거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양측의 입장을 중재해야 할 동작구청은 수수방관하는 자세로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다. 동작구청 김문숙 보건의학과장은 “일단은 주민들이나 협회 양쪽 모두 서로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다”며 “양방의 합의가 도출되기 이전에 동작구 차원에서 해결방법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센병원 입주 건은 동작구 차원에서도 지역 내 갈등을 조율해야 함에도 손 놓고 있는 것이다.

동작구 한센병원 갈등을 국민의 그릇된 인식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활동가는 “한센병원이 어느 곳에 입주하든 간에 이런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힌 편견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센인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홍보 영상 및 책자를 배포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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