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도 높으나 의욕낮은 교육
건설적 미래 기대할 수 없어
창의적 문제해결력이 관건
다양한 학문 풍토 조성돼야

박현정 교수
교육학과
OECD에서는 매년 9월쯤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OECD Indicators)』라는 책자를 발간한다. 이 책자는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 정도와 교육의 질, 취학률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주요 교육지표를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교육 실태 및 수준을 비교 분석해 제시한다. 그 중 하나의 지표는 바로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결과다. 금년에도 지난 2006년에 실시된 3번째 조사 결과가 다시 한 번 심층 분석돼 제시된 바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3년에 한 번씩 계속 실시하는 이 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매번 학업성취도 수준이 핀란드에 이어 매우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분석 대상이 된 영역이 2000년에는 읽기 능력, 2003년에는 수학 능력, 2006년에는 과학 능력이었는데,  2000년과 2003년에 비해 2006년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 능력이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돼 우려됐으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취도 수준이 매우 우수하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강점을 배우기 위해 외국의 교육정책 입안자들이나 교육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에 몰려올 만도 하고, 적어도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어린 학생들의 우수한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한데, 실제로는 어떤가. 많은 사람이 핀란드 교육의 강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많지 않다. 또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나친 입시경쟁과 사교육에 몰려 시달리고 있으며 정작 이들의 학력은 떨어지고 있고 학생들의 사고가 경직돼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점과 성인이 평생학습 참여를 통해 주도적으로 스스로 학습하려는 노력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점 등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내용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그것도 흥미도 없고 자신감도 없으면서 단지 꼭 해야 하는 부분만 어쩔 수 없이 하는 학생으로는 우리나라의 건설적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같이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대학은 주어진 전공공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키우는 게 아니라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몽상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이야말로 오늘날 대학교육의 화두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지닌 인재는 어떻게 양성될 수 있을까? 이 질문 자체에 단순한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학생들이 대학 1, 2학년 때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자유롭게 접하고 다양한 사고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또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열정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대학 차원에서 더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부하는 게 즐겁고, 공부하면서 겪어가는 실패의 경험들이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학문의 과정으로 인식되고 서로를 격려해 나갈 수 있는 학문 풍토가 이뤄진다면 궁극적으로 대학교육을 통해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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