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7호 9월 21일자 2면
“나경원 의원 강연에 학생들 큰 반발” 기사를 읽고

지난 16일(수) 나경원 의원이 모교인 서울대를 방문해 특강을 가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우선 반발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도 특강을 진행한 나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기사는 주로 나 의원의 방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의사 표현과 그에 대한 나 의원의 해명을 주로 다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나 의원의 이번 강연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모교를 방문해 특강을 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사회의 유명인사로서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가르침을 주는 행동은 권장할 일이다. 실제로 내 경우 고등학생 시절 선배의 강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경험도 있다. 그러나 나 의원의 특강 내용을 보면 이번 방문이 정말 후배들에게 특강을 통해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나 의원의 강연주제는 ‘품격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법치주의’와 ‘미디어법’을 강조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온 것인지, 법안 홍보를 하러 온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남에게 ‘강의’하려면 우선 본인 스스로 그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이며 실천가능한 일이라면 본인부터 실천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나 의원은 ‘법치주의’에 대한 강연을 할 만큼 스스로 법 앞에서 떳떳했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또 사회적으로 논쟁거리인 ‘미디어법’이 과연 특강의 소재로 합당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나 의원이 모교의 학생들을 위해 이번 특강에 응했다고 한다면 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내용을 주제로 삼아야 했다. 이런 주제선정이 행여나 이번 특강을 정책 홍보 또는 자기변명의 기회로 삼으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까지 한다. 만약 다음에 또다시 특강의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품격 있는’ 주제로 강의하기 바란다.

사실 처음 기사 제목을 보고 나서는 학생들이 ‘나 의원의 인권을 침해할만한 과격한 언행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나, 피켓의 내용과 질의응답시간 학생들의 질문 내용을 알고 나니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누구한테 ‘품격’에 대해 강의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품격 있는’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이런 선배님 또는 동기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윤정환
공학계열·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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