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거문고 앙상블 연주회


사진: 최창문 기자 ccm@snu.kr
가야금의 섬세함이 여성의 심금을 울린다면 거문고의 굵직한 몸통에서 울려나오는 웅장함은 남성들의 감수성을 사로잡는다. 특히 거문고의 단순하면서도 곧게 뻗은 음색은 곧은 삶을 살고자 했던 선비들에게 꿈의 음색이었다. 

지난 25일(금)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SNU 거문고 앙상블 제3회 연주회’에는 꿈을 꾸며 미래를 바라본다는 ‘지향’이란 주제 아래 서울대 출신 거문고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연주회의 해설을 맡은 조위민 고문은 “곡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시도한 연주법들을 이번 연주회에 담아냈다”며 “현대음악에 있어 거문고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연주회의 의의를 밝혔다.

공연은 4중주곡  「달은 꿈꾼다」로 첫 막을 열었다. 연주시작과 함께 빠른 선율은 호수에 비친 달이 물결을 따라 울렁거리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끝나는가 싶더니 다른 거문고에서 운율의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선율을 만들어내고, 느렸다가 빨라지고 높았다가 낮아지는 쉼 없는 가락들의 움직임에 관객은 어느새 거문고의 운율과 호흡하게 된다.

이어지는 8중주 곡 「미리내」는 해진 뒤 서쪽에 뜨는 별, ‘개밥바라기’와 은하수의 순 우리말 ‘미리내’에 담긴 조상의 상상력과 그것들에 담긴 염원을 들려준다. 1악장의 중심소재인 개밥바라기는 개가 주인을 기다리다 배가 고파 저녁을 바랄 무렵에 서쪽에 뜨는 별(금성)을 일컫는다. 작고 빠르게 통통거리며 울리는 한 연주자의 연주를 시작으로 12명 연주자의 울림이 하나되는 순간, 새까만 하늘을 수놓았던 무수한 개밥바라기 별들이 울린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해가 지고 개밥바라기의 붉은 빛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하는 백성들의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해준다.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개밥바라기 별을 바라보는 마음이야 말로 백성들의 ‘지향’일 것이다. 2악장의 미리내는 ‘용의 내’를 뜻하는 말 그대로 거대한 자연적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경외심을 표현했다. 개밥바라기가 반복되는 비슷한 음정으로 별의 반짝임을 표현했다면 미리내는 파도타기처럼 음정의 높낮이를 달리해 물의 동적인 이미지를 살려냈다. 과거 지조와 예의 상징이었던 거문고는 이제 현대 거문고 작곡과들과 연주자들이 다양한 연주법을 개발하고  연구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 는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거문고에 대한 ‘꿈’을 갖고 거문고에 대한 끊임없는 발전을 ‘지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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