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용현상학 권위자 이남인 교수인식 주체와 대상을 분석해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응용현상학영화에서부터 경제위기까지 다양한 일상생활에 적용 가능

 

동일한 자극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다르다. 인식 과정에는 경험, 가정환경, 가치관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간이 대상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후설이 창시한 ‘현상학’은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인간의 의식 구조를 분석해 대상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철학의 한 갈래다.

지난 18일(금)부터 나흘간 신양인문학술정보관(4동)에서 ‘응용현상학’을 주제로 제3차 동아시아현상학서클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응용현상학 개념을 정립하고 분과학문과의 소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또 한국 현상학계가 현상학을 분과학문에 응용하려는 논의를 주도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학술대회의 책임자 이남인 교수(철학과·사진)는 현상학계의 권위자다. 후설이 제안한 응용현상학이 모호한 뜻 때문에 실제 연구에 적용되지 못할 때 개념을 정립해 학계에 로드맵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철학자 중 최초로 국제철학원(IIP)의 정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대학신문』은 한국현상학회 회장에 재임 중인 이남인 교수를 만나봤다.

◇응용현상학 개념이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정확한 개념은 어떠한가?

응용현상학은 인식 주체와 대상을 분석하는 현상학적 통찰을 분과학문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기존 연구는 객관화를 강조하는 과학적 측면에서 진행됐다. 예를 들어 뇌 과학은 기존의 자연과학적 접근 방식을 적용해 뇌의 유기체적 구조를 알아보고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관측 장비를 이용한다. 이때 관찰자는 뇌 구조를 통해 전기적 신호의 인식 과정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인식대상의 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 현상학은 반성의 방법을 사용해 주체의 주관적 의식 구조를 분석해 그 내용과 구조를 밝혀낸다.

◇이번 대회에서 인상깊었던 논문을 소개한다면?

영화, 경제위기, 인형놀이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논의가 많았다. 그 중 홍성하 교수(우석대 교양학부)가 발표한「현상학과 영화」는 영화 관람을 현상학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관객은 영상과 소리로 구성된 외부자극을 하나의 줄거리로 재구성한다. 주어진 정보는 파편적이지만 관객이 상상력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워 영화 속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같은 영화를 다르게 감상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무라카미 야스히코 교수(일본 오사카대 심리학과)가 발표한 「초월론적 텔레파시」는 ‘놀이가 가능한 이유’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할 때 미리 합의하지 않고도 인형을 아기로, 돌을 음식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의식 구조에 상호교감하는 능력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현상학과 분과학문의 학제적 연구가 가시적으로 진행되는가?

‘응용현상학’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을 뿐 실제로 여러 학문에서 현상학과 접목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인지과학계에서는 숀 갈라고 교수(미 센트럴 플로리다대 철학과) 주도로 「현상학과 인지과학」 잡지를 발간하고 사회학자 알프레드 슈츠의 사상을 계승한 학자들 또한 국제 학술지 「Schutzian Research」를 발간 중이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간호현상학 연구팀이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학자들 간 교류가 조직화되지 못해 연구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응용현상학은 현대에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가?

응용현상학은 기존 학문을 보완하기도 하고 신생 학문의 출현도 가능하게 한다. 응용현상학은 학제적 연구를 지향하지만 생물학적 일원론에 다른 학문을 포섭하려는 과학적 제국주의와는 다르다. 대신에 응용현상학은 분과학문마다 다른 방법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응용현상학은 학문 간 소통을 강조하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어떠한가?

본격적으로 응용현상학 연구를 한 지 올해로 10년 차다. 이번 대회로 응용현상학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립됐지만 아직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참가자들의 견해를 취합해 개념을 다듬어 단행본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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