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민간사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정부가 시민단체를 사찰하고 있다”고 폭로한 이후 대운하를 반대한 교수들이 정부기관으로부터 사찰을 받았음이 드러났고, 뒤이어 군사정보기관인 기무사까지 미군기지 반대 집회 참여자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했음이 드러났다.

불법 민간 사찰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상인 국가정보기관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 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국가정보원과 군사정보기관인 기무사는 간첩이나 체제 위협 단체가 아닌 일반 국민의 뒤를 쫓는 데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 공안정권에서나 행해지던 일들이 이 시대에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을 통해 행해지는 민간사찰은 민주주의와 국민 인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그들의 명분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민간사찰은 국가와 국민의 안녕에 큰 위협을 주는 불법행위에 불과하다. 국가정보기관은 1970~80년대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정권의 보위기구로 전락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바빴다. 최근 이들의 모습을 보면 다시 그 시절로 회귀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가정보기관의 의식 수준은 퇴행하는 것인가.

더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정권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반대 세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다양성과 창의성에 대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히 우리 사회의 쇠퇴이며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게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우리 국민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나’의 기본권이 상시로 제한되고 침해당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러한 불법행위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침투해 있는지, 구조화돼 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이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직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적 여론 형성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언제나 나를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지금 이 사회에서도 나를 향해 벌어질 수 있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사찰 대상자였음을 안 어떤 이가 “마치 온몸이 발가벗겨진 기분”이라 했던 말이 더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관련 법령을 다시 검토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기관 본래 기능을 유지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력을 제한하거나 일정선을 그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임민혁
인류학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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