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웹 3.0 시대를 그려보다

시맨틱 웹을 장착한 ‘똑똑’한 검색엔진, 의미 해석하고 각자 성향에 맞춰 정보 제공

지하철 안에서 가족과 함께 할 주말을 위해 펜션을 예약한다.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창에 ‘정원이 넓고 바비큐파티하기 좋은 설악산 펜션’을 입력한다. ‘설악산 펜션’을 검색한 뒤에도 클릭을 수없이 거듭했던 전과 달리 ‘원 클릭’만으로 원하는 펜션들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이렇게 ‘똑똑한’ 검색엔진이 일상에서 쓰이는 웹3.0시대, 그리 멀지 않다. 2009년 현재 막바지를 달리는 웹 2.0시대는 진화하고 있다.    

◇‘시맨틱 웹(Semantic web)’기술로 지능을 갖춘 웹 3.0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는 웹 2.0 환경과 달리 웹 3.0을 정의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오가는 말들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웹 3.0의 바탕인 ‘시맨틱 웹’ 기술이다. 시맨틱 웹에선 컴퓨터가 논리적 추론과정을 거쳐 정보자원의 뜻을 이해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웹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것이다. 지능을 갖춘 웹 환경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검색엔진의 변화다. 인간 뇌와 유사한 구조로 개발된 검색엔진은 ‘정원이 넓고 바비큐파티하기 좋은 설악산 펜션’과 같이 특수한 정보를 담은 문장을 거뜬히 해석해낸다. 웹 2.0이 정보를 링크가 많이 된 순으로 나열한다면 웹 3.0은 개별 이용자의 상황을 인식해 필요한 정보를 재배치한다. 개인이 필요한 정보는 다수가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웹2.0을 거닐던 대중에게 ‘VIP 서비스’를 선물하다

정보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일방 통행하는 1990년대 웹 1.0의 한계를 깨고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문 것이 현재 웹 2.0이다. 누리꾼들이 UCC 영상을 손수 제작하고, 정보량과 정확성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에 견줄만한 온라인 백과 ‘위키피디아’를 만들어나간다. 2010년 이후 펼쳐질 웹 3.0은 이렇듯 웹 공간 안에 빽빽이 들어차 소통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웹의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정보를 제공해 더 손쉽게 웹 공간을 거닐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웹 2.0시대 막바지에 성장 중인 ‘클라우드 컴퓨팅’은 웹 3.0시대가 열리면 웹을 관통하는 중심기술이 될 전망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중앙 시스템의 슈퍼컴퓨터에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개별 컴퓨터는 단말기처럼 기능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개인은 복잡한 컴퓨팅을 몰라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공하는 정보를 누릴 수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이미 웹 3.0환경이 조금씩 도입되고 있다. ‘11번가’의 ‘채핑(채팅+쇼핑)’서비스는 구매자와 안내 도우미가 대화하도록 해 마치 오프라인 백화점에서와 유사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얼타임(real time)’지도는 어떨까. 현재의 내비게이션은 자신과 목적지의 위치관계는 알려주지만 교통사고처럼 시시각각 벌어지는 돌발상황을 알려주진 못한다. 하지만 리얼타임 지도는 실시간 상황이 지도에 반영돼 이용자의 개별 상황에 가장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웹 3.0시대, 즐겁기만 할까?

웹 3.0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점은 프라이버시와 보안이다. 맞춤 정보 제공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웹 3.0은 프라이버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정보가 집중된 중앙 시스템 보안에 문제가 생기면 정보유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편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통제권 상실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고,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통제할 인력이 줄어들면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더욱이 클라우드 컴퓨팅은 중앙 시스템의 똑똑한 슈퍼컴퓨터와 ‘단말기’ 컴퓨터들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반란’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2010년이 지나기만 하면 자동으로 새로운 웹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웹이 진정 즐거운 공간으로 ‘진화’하려면 아직 기술이 풀어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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