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꽃목걸이

소말리 맘 지음
장아름 옮김
퍼플레인/280쪽/1만2천원
최근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조두순 사건’의 가해자는 8살 난 여자아이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동 성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툴러 심적 고통을 직접 말하기 힘들다. 그들 대부분은 어른이 돼서도 그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침묵을 선택한다. 여기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그 침묵을 깨고 지옥으로 되돌아가 아동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명인 소말리 맘은 『다시 찾은 꽃목걸이』에서 캄보디아 소녀들의 비참한 현실을 널리 알리며 투쟁의 고삐를 죈다. 저자 역시 9세부터 할아버지에게 폭력·강간을 당하고 16세에는 매춘부가 돼야 했다. 20여년 뒤 소녀는 수천명의 어린 매춘부를 구출하는 인권단체 아페십(APESIP)의 수장이 됐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캄보디아 아동 성착취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한다.

캄보디아의 여자아이들은 40명 중 1명꼴로 성 노예가 된다. 아이를 돈 벌어오는 가축 정도로 여기는 부모는 딸을 매춘업자에게 직접 팔아넘긴다. 캄보디아 성인 남성들은 숫처녀와의 성관계가 체력을 강화해주고 남성의 수명을 연장한다고 믿어 일주일 당 1천 달러에 여자아이들을 겁탈한다. 아이들을 총으로 쏴 죽이거나 전선으로 매질해도 어른들은 이 참혹한 현장에 침묵한다.

아이를 상대로 한 참혹한 인간성 말살 현장에서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은 캄보디아의 정치적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크메르 루주 정권 치하에서 정치적 학살을 경험한 캄보디아인은 감정을 숨기고 침묵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여자아이들도 매춘부로 끌려가고 모진 학대에도 침묵과 복종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춘 업소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탈출을 시도하고 손님을 받지 않으려 반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끔찍한 정신적·육체적 고문뿐이었다. 그러나 인권구호단체에서 일하는 프랑스인을 만나면서 침묵을 깨고 자기를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히 맞서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아동 매춘부들을 매음굴의 음지로부터 하나하나 구출하기 시작한다. 1996년에는 체계적인 구출 활동을 위해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와 학교를 운영하는 아페십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1만3천여명, 태국, 베트남, 라오스에서 1천여명의 매춘 피해자들을 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저자는 인권운동을 하며 수많은 협박과 테러에 시달렸다. 대낮에 괴한이 당장 구출 사업에서 손 떼라고 요구하며 이마에 총부리를 겨눴고 포주들은 그녀의 딸을 납치해 강간을 자행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 자신이 ‘더럽고 혐오스런 매춘부’였기 때문에 ‘그들’이 될 수 있었고 또 그런 그들을 두고 도망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밤마다 시달리는 악몽과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바로 그 고통이 그녀가 행동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다시 찾은 꽃목걸이』는 자기 연민과 감상주의에 빠져 독자의 동정심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 먼 나라의 비극적 이야기에 익숙하고 무뎌진 우리에게 저자가 원하는 것은 바로 여성과 아이들을 구하는 ‘변화를 위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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