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 웰스

제프리 D.삭스 지음
이무열 옮김
21세기북스/480쪽/2만5천원
오늘날 인류는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경제 위기, 지구온난화, 자원 고갈, 인구 폭증은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 한가운데에서 한 경제학자가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지목한 제프리 삭스다. 그의 경제학은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당면 과제들을 해결한다. 삭스는 1980년대 말 볼리비아에서 인플레이션을 연 4만%에서 10%대로 끌어내렸고 세계은행, UN 등 국제기구에서 자문을 맡으며 빈곤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삭스의 경제학은 일종의 ‘의술’이다. 그는 객관적 수치를 분석해 세계 경제 환부를 진단하고 현대경제학과 과학기술이라는 메스로 종양을 도려낸다. 이번에 번역된 『커먼 웰스(Common Wealth)』는 병에 걸린 세계에 대한 진단서와 처방전이다. ‘경제과 임상의’ 삭스는 이제 『빈곤의 종말』의 ‘빈곤’이라는 국소 부위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변화, 인구 팽창, 에너지 고갈 등 전 세계적 문제 해결을 고민한다.

삭스가 그리는 세계의 미래는 상당히 밝다. 그는 21세기가 공동번영과 대수렴의 세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과학기술의 전파로 빈국들이 신속히 경제성장을 이뤄 부국과의 소득 격차를 줄이고 경제적 번영 위에 국제사회도 더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속가능한 기술의 개발로 환경 재앙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엔 분명한 전제가 있다. 인류 스스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현재 직면한 위험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만약 전 세계가 이를 위한 공동 목적과 실질적 수단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쇠망할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대의 인류에게 분명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는 앞으로 △에너지·토지·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시스템 구축 △2050년까지 세계 인구를 80억명 이하로 안정화 △2025년까지 극단적 빈곤의 종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면 무서운 위협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삭스는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방대한 본문에서 풍부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인구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가족계획 및 피임 보조와 같은 즉각적 대책과 적게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육아 환경 조성을 위한 아동생존율 향상과 같은 근본적 대책을 함께 제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경제학자답게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생물다양성 보존, 사막화 방지, 세계인구 안정, 지속가능기술개발, 최빈국 구제 전부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놀랍게도 연간 원조국 GNP의 2.4%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는 원조국 GNP의 1%, 최빈국들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데는 원조국 GNP의 0.7%면 충분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독자들이 개인으로서 공동의 번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목록도 제시한다. ‘「네이처」 같은 과학잡지를 보며 우리 세대의 과제를 학습하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단체에 가입하라’는 등 그의 제안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약간의 돈과 시간만 들이면 될 이러한 노력의 부재가 초래할 결과는 인류의 쇠망이라고 삭스는 분명하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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