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시까지 야자해요” “졸린데 공부하는 게 제일 싫어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목전에 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이 내용은 강원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인터뷰 중 나온 이야기다. 1년 전 광주의 한 초등학생은 과도한 시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이 너무 싫어 먼저 갑니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맸다.

정부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0교시 △강제 보충 △야간자율학습 등의 ‘일상화’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곳곳의 학교에서 파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 대비를 위해 학예회를 취소했으며 충남도교육감은 일선 교사들에게 ‘제자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학력 향상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남은 기간 동안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 마무리에 진력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참교육의 가치는 죽어가고 점수만 살아있는 학교의 부끄러운 실상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일제고사 점수가 2011년부터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제는 학교별, 지역별 경쟁이 가속화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초입대란’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교육과학 기술부는 내년부터 교육청 평가에 일제고사 결과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고사 평가는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 12%(1000점 중 120점)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소외계층 교육지원(58점), 교육정보화(50점), 교육시설관리(26점) 등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일제고사 점수로 교육청, 학교를 서열화하고 승진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니 학교 관리자들이 점수 올리기에만 열중하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일제고사가 기준미달 학생과 학교를 선발·지원해 교육의 형평성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 뿐이다. 일제고사를 대비하는 학원들과 문제집이 이미 생겨나고 있는데다 점수가 공개되면 파행교육과 지역별 교육편차가 오히려 심화될 것이 뻔하다. 학교진도에도 맞지 않는 일제고사를 고집하기보다는 그 예산으로 급식지원 등 학생 복지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에서는 내년부터 일제고사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일제고사에 소비되었던 역량은 지난 일본총선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 등에 쏟아질 것이다. 일본도 지역 교육수준의 균등화를 위해서는 일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표집평가로 충분하며 성적 경쟁만 하는 학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명박정부도 실패가 예정된 일제고사를 당장 폐지하고 점수가 아니라 참교육이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휘동
지구과학교육과·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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