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사진 왼쪽부터 폴 스위지, 폴 바란, 피델 카스트로, 리오 후버만. ©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마르크스주의자 스위지가 지난 2월 27일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사회, 자본이 마피아처럼 자본에 반대하는 세력을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거의 70년 이상을 초지일관 할 수 있었는가가 사실상 가장 큰 관심거리다.

 

그는 1910년 부자집 셋째 아들로 태어났고,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2년 런던정치경제대학의 하이에크 밑에서 연구하기 위해 런던에 갔다가, “매우 부르주아적인 대학원 1학년생이 마르크스주의자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런던에서 그는 대공황의 참혹한 현실과 히틀러의 등장을 보았고, 그 당시 갓 영역 출판된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를 읽었으며, 케임브리지의 좌파 경제학자들(모리스 돕, 조안 로빈슨)을 만났던 것이다.

 

 

1937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경제원론, 기업이론, 사회주의경제학을 강의했는데, 사회주의경제학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그의 주저인 『자본주의발전의 이론』을 32세의 나이에 발간하게 된다. 이 책에서 그는 “한계효용이론으로부터 노동가치론으로 옮아가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지만, 『자본론』 세권 전체의 입문서로서 이 책은 아직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복무한 뒤, 그는 하버드대학의 정년보장 교수직에 신청했으나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이유로 실패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어  1949년 『먼슬리 리뷰: 독립적인 사회주의 잡지』를 레오 후버만과 함께 창간하게 됐다. 이 잡지와 이 잡지의 출판사(먼슬리 리뷰 프레스, 1952년 설립)가 오늘날까지 살아 남아, 미국자본주의 비판, 제국주의 비판, 제3세계 혁명 선동,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서 ‘먼슬리 리뷰 학파’라는 매우 독자적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1949년 『먼슬리 리뷰』 창간, 미국 자본주의 비판의 장 마련


 

스위지의 사상은 『먼슬리 리뷰』와 분리할 수가 없다. 그는 1949년부터 지금까지 공동편집인으로 있으면서 새로운 사상들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항상 잡지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잡지를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잡지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 저널리즘으로 갈까 경제학을 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유럽에 주둔한 미국전략정보기구에서 전쟁상황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잡지를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글쓰기에 재미와 능력을 가졌다. 아버지로부터 큰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얽매이는 직장을 가질 필요가 없었고,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더라도 큰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잡지는 어느 정부나 정파로부터도 자금을 받지 않았으며, 따라서 독자적인 노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매카시즘이 크게 불던 1950년대에는 심문을 받기도 했지만, 미국의 민주주의(학문과 양심의 자유)가 그를 살렸다. 그가 자본주의, 특히 미국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시각은 폴 바란과 함께 쓴 『독점자본: 미국의 경제 사회질서에 관한 평론』(1966)에 가장 잘 표현되어 있다. 독점자본들은 서로 경쟁할 때 독점가격은 그대로 둔 채 기술혁신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독점이윤이 점점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독점이윤은 처음에는 생산물의 형태를 취하고 그 뒤 팔려야 화폐의 형태를 취하는데, 이 점점 더 증대하는 잉여생산물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축소하고 있다. 독점자본가들은 독점가격과 독점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설비의 확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투자가 증대하지 않으며, 소비지출은 노동자계급의 임금수준이 낮고 실업자와 빈민들의 대규모 출현으로 결코 증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기업과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어, 학교와 병원을 많이 짓고 무료로 운영하며 실업수당과 빈민의 생활보장비를 올리고 영구임대 국민주택을 많이 세워 집 없는 국민들에게 싼 값으로 임대하면, 잉여생산물이 사라질 것이고 경제는 정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기득권층은 결코 이런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거대한 잉여생산물을 ‘낭비’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군사비를 증강하며, 온갖 광고 선전을 사치스럽고 요란하게 한다. 물론 대외투자나 다국적기업의 활동도 이 잉여생산물을 제거하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대외투자의 활동으로 더욱 많은 투자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에 미국 국내의 과잉현상은 더욱 악화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위지는 자본주의체제를 타도하면, “지금의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으로 미국의 모든 국민은 충분히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후진국문제에 관해서는 프랑크의 ‘종속이론’을 지지한다. 선진국이 후진국을 지배하면서 후진국의 경제잉여를 수탈할 뿐만 아니라, 후진국의 ‘매판세력’을 옹호함으로써 온갖 기생적인 사회계층(지주 고리대업자 상인 정부관리 군인)이 그대로 경제잉여를 낭비하도록 내버려 두기 때문에, 후진국의 저발전은 심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제국주의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후진국의 빈곤을 해결하는 길이다. 이 점에서 스위지는 쿠바혁명을 높이 평가하며 쿠바혁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정신적으로 돕고 있다.  

 

 

소련 등 공산주의권의 붕괴에 관해서는, 계획경제와 스탈린식 일인독재를 구별할 것을 강조한다. 직접적 생산자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에 기반을 두는 노동자 중심의 계획경제가 진정한 사회주의인 데, 소련 등 공산주의권에서는 일인독재로 새로운 착취계급(정부관료나 당 간부)을 만들어 낸 것이 붕괴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 중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시장사회주의는 결국 자본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미 제국주의 비판, 사회주의 혁명 선동

“선진국과 제3세계의 민중 결합해야”



특히 스위지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베트남전쟁으로부터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지배계급이 침략전쟁을 일으키는 이유와 그것의 결과 등을 분석했다. 또한 사회주의 혁명을 선동하면서 그는 선진국의 유색인종 실업자 등 피억압민중과 제3세계의 민중이 결합하는 형태의 혁명을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의 노동자계급은 너무나 다양하게 분할되어 있을 뿐 아니라 체제에 너무나 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시대의 혁명적 역량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스위지는 평생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인간다운 세상 유토피아를 전파한 일류 사회과학자로 기억될 것이다.    

 

 

 

 

김수행 사회대 교수ㆍ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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