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대학가 반응

“탄핵 무효, 국회는 해산하라 !”, “합법의 탈을 쓴 정치 쿠데타 중단하라!” 지난 12일(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속속 국회 앞으로 모여들어 구호를 외쳤다.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기 전부터 국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던 시민들과 학생들은 오후 8시 경에는 2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고등학생에서 직장인, 사회단체, 각 대학 총학생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시민들은 한 손에 촛불을 들고 “탄핵 무효”, “야만적 정권찬탈 중단하라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건국대, 경기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신대, 한양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는 대부분 노무현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으나, 민생현안을 외면하고 정략적 탄핵을 감행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을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건국대 부총학생회장 이수옥씨는 “농민과 노동자의 처우 개선, 교육 개혁 등 사회현안에 신경쓰지 않고 정략에만 몰두하는 국회를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서울시립대 부총학생회장 김희경씨는, “부패할 대로 부패한 야당이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 김혜선씨는 “이번 탄핵안은 어디까지나 정략적인 것”이라며 “국민들이 반대했던 탄핵안을 졸속으로 의결한 것 자체가 반국민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이번 탄핵안 가결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정권을 잡으려는 야당의 쿠데타와 다를 것이 없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서강대 총학생회장 곽중현씨는, “이번 탄핵안 가결은 4ㆍ15총선의 패배를 예견한 한나라당의 쿠데타”라며 “총선을 미루고 개헌을 시도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부원 권현준씨는 “부패한 16대 국회가 궁지에 몰리자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를 벼랑 끝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학생정치조직의 반대 움직임도 활발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탄핵안이 의결되기 전부터 국회 앞에서 시국 선언을 발표하고 소속 대학 학생회에 국회 앞 집결을 호소했다. 또 ‘전국학생연대회의’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탄핵결의는 총선전략의 일부”라며 “민중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폭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탄핵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민교협) ‘교수노조’는 10일(수) ‘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13개 단체와 함께‘나라와 국민을 도외시한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발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탄핵안이 가결된 12일에는 두 단체를 포함한 15개 단체가 함께 국회 앞에서 ‘16대 국회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민교협과 교수노조는‘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행동’을 결성하는데 참가했으며, 이후 탄핵반대 촛불집회와 서명운동 등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대학에서는 탄핵안 사태를 학내 투쟁 및 정치개혁 운동과 연계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건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이수옥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17대 총선에서 확실한 물갈이를 해야할 것”이라며 “대학생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는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립대 부총학생회장 김희경씨는 “이번 학기 학내 등록금 투쟁과 함께 교육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촛불집회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4월 15일 총선에서 새로운 국회를 만들어낼 때까지 계속 탄핵을 규탄하고 방탄국회 척결을 촉구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촛불집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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